<분석> 엔화 약세의 원인과 전망 (종합)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훈기자=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지속하던 엔화가 3년이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14일 유럽환시에서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127.95엔.
전날 뉴욕외환시장 종가인 125.99엔보다 무려 1.97엔 급등한 것이며, 지난 1998년 10월에 기록한 126.43엔 이후 3년2개월만에 엔화는 최저치로 폭락한 것이다.
◆악화일로인 일본 경기= 이날 엔화 급락의 단기적인 촉발은 기업들의 도산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전문 조사기관인 도쿄 쇼코 리서치가 조사한 지난 11월중 일본 기업들의 도산증가율은 작년 동기대비 15.7%에 달해 한 달 동안 1천813개 기업들이 도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기업의 자산규모는 총 1조8천700억엔(1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3개월이래 최악의 도산율을 기록했던 지난 10월중 11.3%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포티스뱅크 일본 담당 펠코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들의 도산 추이는 4.4분 기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내년 1.4분기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엔화의 하락은 이날 하루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일본 경기지표들은 일본의 경기가 당분간은 침체일로를 겪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경기동향을 알려주는 단칸(短觀)지수는 예상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4.4분기에 지난 3.4분기의 마이너스 33에서 마이너스 38로 떨어졌다.
1999년 1.4분기 이래 3년이래 가장 나쁜 수치이기 때문이다.
수출 부문에 있어서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9.11 미국 테러사건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는 일본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투자 인력을 줄이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기업구조축소는 경기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중 공장가동률도 0.8% 하락해 공장가동률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7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장가동률의 하락이 곧 수출감소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엔화 약세 저지의사없는 일본 당국= 경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외환당국이 당분간 엔화의 연속된 약세를 저지할 의사가 없음이 연달아 확인되고 있다.
미조구치 젠베이 日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엔화약세는 과거 (지나친) 강세가 바로잡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주요 정책당국자들도 엔화환율이 시장 원리에 맡겨져야 하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 역시 최근의 급속한 엔화 하락에 대해 "시장이 결정하는 문제"라고 발언했다.
일본 당국자들 일본이 환율 약세의 이점을 이용한 수출회복으로 경기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사가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통화 동반 하락 가능성도 제기= 엔화가 급락함에 따라 경쟁국들인 아시아권 국가들의 통화도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중앙은행 고위 관리는 "아시아통화들이 연속된 엔화의 약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하고 "엔화에 약세로 인해 다른 아시아통 화들도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엔화 환율 127.50엔을 기준했을 때 원화는 100엔당 1,008원(14일 종가 1,286원 기준)으로 지난 9월21일 1,114원보다 약 3개월간 무려 100원이 평가절상됐다.
29개월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환율절상은 수출업체엔 일단 부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한국 외환당국의 환율관리에도 비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세계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엔화가 약세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물론 경상수지는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또 "엔화 약세에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연쇄적인 절하를 부추길 경우 원화도 이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연중 평균 엔-원 환율인 1천60~1천70원대를 회복하기 위해서 현재 엔-원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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