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스터 원'과 `미스터 엔' 간의 氣싸움
  • 일시 : 2002-02-01 13:10:16
  • <기자수첩> `미스터 원'과 `미스터 엔' 간의 氣싸움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기억기자= 연초부터 적정환율의 운용을 놓고 韓日 외환당국자간의 외신과 리얼타임 미디어를 통한 신경전이 뜨겁다. 1일 오전 구로다 하루히코 일 재무성 재무관이 "한국 관리들의 엔화 약세에 대해 우려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엔-원 환율 문제는 일본으로서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즉각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엔화 약세에 여전히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정부는 이를 예의주시하겠다"며 종전의 발언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정책관은 한국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지만, 필요시 언제든지 중국 등이 포함된 국제적인 환율공조도 가능함을 강하게 암시했다. 그동안 우리는 IMF 위기 이후 우리 나라 외환당국자의 발언이 국제외환시장에서 무슨 영향력이 그리 있겠느냐고 자신을 폄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는 그러나 우리 당국자의 발언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평가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지난주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엔화의 초약세를 우려한다"고 발언, 당시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134엔대에서 133엔대로 무려 1엔이나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한국의 `미스터 원'이라는 인물이 엔약세를 `조근 조근' 비판하고 나서자 외환딜러들이 놀라서 `원 빅(피규어)'에 해당하는 1엔 이상이나 물러선 것이다. 상당한 `말 발'의 파괴력이었다. 1일도 김 정책관의 대응 발언 이후 달러화는 134엔 후반에서 움직이다가 134엔대 중반으로 물러섰다. 이같은 상황의 반전은 IMF를 겪으면서 우리 외환당국자가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풍부한 국제금융 인맥, 시장 운용 실력을 국제 시장 참가자들이 인정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외환보유고가 1천억 달러가 넘는 한국 정부의 돈의 힘을 의식, 인접국들과 공조체제라도 취해 실제 행동에 나서면 신경이 쓰인다는 점도 주요 이유였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가 되겠지만 한국이 중국 등과 공조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조금이라도 파는 시늉만이라도 한다면 엔화 약세가 순식간에 반전될 수가 있다. 이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미 한달 전쯤 홍콩과 싱가포르 시장에서 루머로 까지 나돈 적이 있는 얘기들이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던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前차관보의 뒤를 이은 구로다 하루히코 재무관과, `미스터 원'으로 평가되는 김용덕 정책관의 한판 신경전에 서울과 도쿄, 홍콩 외환시장의 온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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