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환당국이 칼을 뽑기는 했는데.."
  • 일시 : 2002-07-11 14:27:36
  • <기자수첩> "외환당국이 칼을 뽑기는 했는데.."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기억기자= 외환당국이 급기야 직접 칼을 뽑았다. 11일 외환당국은 그동안의 구두개입 및 간접개입이라는 소극대응에서 태도를 바꾸어 달러 매수라는 직접 개입에 나섰다. 달러화는 이 덕분에 이날 급락세를 멈추고 오후장에서는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 직접 시장개입이라는 칼은 원래 가장 최후까지 아껴야하는 카드다. 이 칼은 벽에 걸어만 놓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움찔하게 만드는 것같은 상징성이 큰 존재다. 이 칼은 따라서 함부로 뽑아들고 흔들 수 없다. 특성상 칼 집을 떠난 뒤에 적당히 휘두르고 다시 넣을 경우, 모기라도 잡지 않을 경우 시장은 시세말로 이 칼 자체를 `뭘'로 보게 된다. 이것이 시장개입이라는 칼의 속성이다. 적당히 휘두르다가는 무시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1997년 상.하반기동안 처절하게 경험했다. 당국이라는 큰 코끼리가 시장의 하이에나에게 어떻게 뜯어먹혔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보통 외환당국이 책상 밑에 숨겨놓고 보는 `메뉴얼'에는 아래 상황일 때 칼을 뽑아야한다고 나와있다. 첫째, 일시적 수급불균형이나 심리 불안정으로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나 질서가 교란될 때 둘째, 정책당국이 판단하는 중장기 균형환율 수준에서 계속 이탈하는 경우 셋째, 참가자들이 정확한 시장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이것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 넷째, 정책당국이 장래의 환율에 대해 정책의지를 시장 참가자들에게 인식시킬 필요성이 있거나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환율 수준을 시험할 경우 다섯째, 투기적자본의 이동에 따라 외환시장이나 국내 자금시장이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대할 경우다. 이날 당국이 칼을 뽑아든 이상, 이제 서울환시는 그동안 전개되던 긴장과 눈치 작전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당국에게는 외환위기 이후 그동안 쌓은 외환시장 노하우를 한번 써먹을 때가 본격적으로 온 것 같다. 세계적인 펀드멘틀에 기대어 밀어부치는 달러 매도 세력들에 맞서 싸우는 당국에게도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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