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 외환당국자와 금융기자의 선문답 숨바꼭질
  • 일시 : 2002-07-12 11:20:12
  • <낙수> 외환당국자와 금융기자의 선문답 숨바꼭질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기억기자= 11일에 이어 12일 오전부터 외환당국이 연이틀 직접개입을 단행했다. 외환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기자의 발걸음이 바쁘다. `링 중계 해설 아나운서' 격인 기자의 전화기와 핸드폰, 컴퓨터단말기는 과부하가 걸린다. 시장의 숨소리조차도 놓치지 않고 전달하려는 금융기자와 외환당국의 선문답 신경전이 벌어진 11일 오전부터의 일을 각색 없이 전달해본다. 기자=(11일 오전 11시경 모은행 A딜러와 통화 도중, 바쁘니까 조금 있다가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는 데, 잠시 당혹스러워 한다. 돈독한 우애로 웬만해선 전화를 중단하지 않는 데 무슨일인가 의심하고 서울외국환중개 달러-원 시세판을 쳐다본다. 갑자기 달러-원 틱그래프가 수직으로 꾸물꾸물 올라간다. 다른은행의 B딜러에게 단축 키폰으로 전화를 건다)..뭐야, 직접개입이야? B딜러= 모르겠는데.. 기자= 상대가 어디야? B딜러= 큰 형님이 직접 나선 것 같기는 한데.. 기자=(다시 전화를 끊고 다시 A딜러에게 단축키를 누른다, A딜러에게서 물량을 열심히 때리는 C딜러에게 물어보라고 하는 답변을 듣는다. 그러나 C딜러의 대답이 떨떠름하다. 기자는 직접개입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경험칙으로 미루어 대답하는 개입대행당사자의 대답 뉘앙스는 중요하다. 각은행의 은행간 거래 대표 딜러들은 매매업무를 처음 맡을 때 외환당국의 개입과 관련해서는 일체의 내용을 함구한다는 각서를 쓴다. 어기면 페널티를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입이 천근처럼 무겁다. 물량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진 D딜러에게 매도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한다. 이젠 외환당국자들에게 전화를 할 차례다. 우리나라의 외환당국자는 재경부의 경우 Y사무관, C과장, K심의관, K국장, K정책관,부총리다. 또다른 당국자가 있는 중앙은행은 P과장, Y팀장, Y국장,Y부총재보, 한은총재다. 그들의 얼굴을 차례로 떠올려보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숨막히고 미묘한 시점에 제대로 이야기할 녹녹한 상대들은 없다. 평소에는 성님 아우 하며 가끔 소주도 마시는 사이지만 시장관련 얘기만 나오면 딴청을 피는, 평소 기자에게는 기사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취재원들이다. 전화 연결이 되는 당국자부터 무작위로 통화를 시도한다) 아, 국사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 (이 질문에 대한 당국자의 첫 대답이 중요하다, 숨소리까지 중요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이다. 이를 잡아내기 위해 기자는 수화기를 당기다 못해 아예 귀에 집어넣는다) ㄱ 당국자= 아, 예,(딴청을 피우며) 국사는 무슨 국사입니까? 웬일로 이렇게 다 전화를 주셨습니까.. ㄴ 당국자= 아, 예,(단말기 쳐다본다고 대화에 집중이 안 되는 음성이다), 아, 예 뭐라고요?.. ㄷ 당국자=(직접 개입하느라고 얼마나 수고가 많으냐고 넘겨 짚자), 누가 그래요 ?. NCND(긍정도 부인도 않는다)입니다. ㄹ 당국자= 무슨 대답을 원합니까? 에, 헤이, 전문기자님께서 왜 이러시오.설사 직접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얘기해줄 것 같애?(평소와는 다르게 목소리가 사뭇 상기되어 있다) ㅁ 당국자=(아무말도 해줄 수 없다고 하다가) 에, 또, 시장에서는 뭐라고 그래요?(이런 대답이 나오면 직접개입은 절반의 확신으로 이어진다) ㅂ 당국자=(시장이 비정상적인데 당국은 뭐하냐고 신경질적으로 다그치자), 수수방관만 하지는 않는다. 보시는 그대로다.(이 말에 직접개입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이제 기자는 "외환당국 직접개입 단행한 듯" 이라는 1보를 타진한다. 다음은 직접 개입 물량의 추산이다. 기자는 10군데의 딜러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실수요물량을 제외하고 4.5억달러 정도라는 추산을 도출해낸다. 그리고는 즉시 "당국 직접 개입 5억달러"라는 2보 기사를 타전한다. 외환시장의 반응이 시끌 시끌하다. 후속기사가 계속 타전된다. 오후가 지나자 외환당국자 중 한 분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ㄹ 당국자= 기자님, 궁금해서 그러는데 시장개입 물량 추정은 어디서 입수하고 누가 얘기하던가요?(시장에 정보가 새나간것을 내사하려는 질문이다) 기자= (직접개입을 확신시켜주는 당국자의 이런 반응이 나오자 입가에는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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