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은행의 '민영화' 청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기자= 산업은행이 세계수준의 국제투자은행을 장기비전으로 발표하고 나서면서 청사진 한 구석에 민영화를 암시하는 대목이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산업은행은 금융단 출입기자 세미나에서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뢰한 '산업은행의 발전방향과 경쟁력제고 방안'이란 연구결과를 공개하며 2011년까지 '동북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아시아의 리딩뱅크'로 발전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기업금융전문 은행으로 특화를 통해 투자금융, 국제금융, 기업구조조정 및 컨설팅업무 등을 중점 육성하며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싱가포르산업은행(DBS)을 벤치마킹할 계획도 덧붙였다.
이 보고서서는 ▲안정적 수익기반을 구축하여 적정수익 확보-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책은행의 역할수행 ▲국제적 신인도 향상 및 산은의 시장가치 극대화 등을 나열하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바로 이 두가지 내용을 국책은행의 민영화와 연계해서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국책은행이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주인인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미이고, 시장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은 그 동안 국책은행이란 짐을 덜고 싶어하는 산은의 적극적인 속내가 담겨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 54년 산업개발과 국민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돼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뒷받침했고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후 정책적으로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물론 세미나 자리에서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현재까지는 국책은행으로서 투자은행 업무를 발전시키는 것이지 현재상태에서 민영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정부의 재정부담 최소화나 시장가치의 극대화라는 개념은 멀리 내다봤을 때 산은 내부에서 민영화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가 고성장을 위한 계획경제에서 90년대 이후 시장경제체제로 변화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향후에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이 된다는 것이 어딘지 시장원리에는 어룰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한 마디로 요즘의 유행어인 "세계수준의 국제 투자은행이 국책은행이면 이상하잖아.."를 내부에서부터 받아들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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