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라크전쟁과 '달러.유로.엔'의 큰 밑그림
  • 일시 : 2003-03-21 09:53:32
  • <기자수첩> 이라크전쟁과 '달러.유로.엔'의 큰 밑그림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기억기자= 전 부시 행정부의 경제보좌관이었던 로렌스 린제이 박사는 현직에서 떠난 이후,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강대국의 힘겨루기의 산물 '때문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환율과 금융 문제가 이미 미국의 국가전략의 핵심부분이 된지는 오래라는 얘기다. ▲달러 발권력 가진 미국= 지난 93~94년 클린턴 팀은 흑자만 챙기는 일본을 길들이기 위해 달러약세/엔강세 정책을 강행했다. 클린턴정부의 달러 약세 정책 추진으로 일본이 불황에 빠지자,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재무관이 미국 재무부와 비밀 협상을 벌여 95년부터 환율 흐름을 정반대 방향으로 바꾸어놓았다. 그후 2년반 사이에 엔화 가치는 무려 60%가 떨어졌다. 97년 6월 태국에 처음 위기가 불어닥칠 때까지 미국, 일본 같은 큰손들은 플라자합의와 정반대되는 환율 정책을 밀고 있었지만,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같은 작은 나라들은 달러 약세에 매달려 거꾸로 가고 있었다. 오직 중국만이 이를 간파하고 위앤화를 대폭절하하는 결정을 내렸고, 겨우 외환위기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다. 미국은 외환위기가 없는 나라다. 달러 발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십년간의 무역역조와 미국경제의 취약성은 환율 정책과 달러 발권력을 통해 일거에 해결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구상의 유일무이의 국가다. 현대 사회의 화폐금융 역사에서 달러발권력을 가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시장 전략을 배겨낸 장사는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슈퍼달러의 권위에 새로 출범한 유로화와 중국의 위앤화의 도전이 점점 뚜렷하게 대두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화폐질서의 복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 등 국제적 금융잡지들은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이번 이라크전쟁이 미국에는 세계 정치.군사 질서 뿐 아니라 화폐질서의 재편에도 목적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은 유로화와 중국 위앤화의 도전을 희석시키고 '달러 절대시대의 유지와 연장'을 하겠다는 명백한 의도를 깔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비용이 적게는 600백억달러, 많게는 1조달러까지 든다는데도 불구하고 단독 전쟁을 감행한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유로화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의 파운드화의 위상을 적절히 유지시켜 주고, 유로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프랑스의 이익을 훼손시켜 유로화 중심권을 무력화 시킨다는 전략이다. 프랑스가 가장 큰 직접적 경제 이해관계가 있는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려는 것은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동시에 중국을 에워싼 아프간, 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중국의 고립화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큰 의도도 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은 또 한반도 북핵 위기를 통해서도 달러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계속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주겠다는 카드를 쓸쩍 내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위앤화 경제 블록의 견제를 위해 일본 경제를 지원함으로써 엔화의 가치를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유지시킨다는 전략도 함께 쓸 것이다. 이미 일본은 미국의 이 의중을 읽고 발빠르게 지난주에 북.일 정상이 평양에서 협의한 사항을 파기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본을 일으켜 세워 중국을 '이이제이'를 하겠다는 미국의 신호가 확인되면서 중국도 당장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따라서 중국이 북핵에 직접 개입해 북한을 압박할 공산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이 경우 전문가들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은 동남아시아에서 더욱 견조해지고 달러의 위상은 한층 더 고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IT 거품의 퇴조 이후 미국이 선택한 이라크 전쟁은 이러한 달러화의 위상 제고라는 세계 금융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그럴듯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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