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부 부자들의 달러 '롱’마인드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기억기자= 10여전, 필자 친구의 한 결혼식장.
당시 이름만 대면 아는 잘 나가는 국회의원의 비서였던 친구 요청으로 부조금을 받는 테이블에 앉아서 계리를 해줬었다. 정치인들로 부터 받은 봉투 중에 미화 1백달러 짜리들이 꽤 나와서, 집계시에 환율 계산하느라 땀을 흘린 적이 있었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은행 지점장으로부터 VIP고객들의 보관 금고에 예치된 달러 뭉치들에 관한 얘기를 제보받기도 했다.
▲한국인들의 달라진 달러 마인드= 그러다가 최근에 모처럼만에 지난주에 한국포렉스클럽 세미나에 참석해 외환딜러들로 부터 최근 부자들의 달러 보유 욕구를 전해듣고 과거와는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달러화 자체가 부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대상으로 강력하게 부상한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달러에 대한 마인드가 IMF 이전 과거와는 완전히 바뀐 것 같다.
북핵위기가 고조되는 3월 어느 시점에 어느 돈많은 개인들은 원화 현찰을 들고 와서 1천만달러에서 5천만달러 정도로 환전하고자 외국금융기관을 찾았다.
또 일부 개인 부자들의 국내.외를 넘나드는 환치기 수법도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게다가 정치, 사회, 경제 등 국내 상황이 불확실해지자 기업들의 달러 보유 심리도 예사롭지 않다.
이같은 달러 `롱'마인드 심리 때문에 현재 거주자외화예금은 15일 현재 147억달러로 증가하고 이 중 34억달러 정도가 개인 소유다.
특히 이들 개인들의 경우는 왠만하게 환율이 더 떨어져도 달러보유를 고집해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한, 환차손을 입지 않기 때문에 게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라고들 한다.
몇년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될 때, 체제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홍콩에서는 당시 많은 주민들이 이민을 떠나고, 200백억~500백억 미국달러 가량이 유럽과 미주로 빠져나갔다. 그 이후 물론 많은 자금들이 다시 중국 본토의 적극인 개방 정책으로 환류됐지만 아무튼 당시는 그랬다.
요즘 강남의 부자들 사이에서는 가정집 사금고에 몇 만 달러 정도 현찰을 쌓아놓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뇌물도 달러로 줘야 효과= 분식회계로 문제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이 정책당국자에게 뇌물을 달러로 건넸다는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지도층에서 조차도 달러 탐닉은 정도를 넘어선 지경이 되버렸다.
외환전문가들은 IMF 를 겪은 한국의 부자들은 따라서 태생적으로 달러 '롱' 마인드를 버릴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외환당국이 나서서 달러 `롱'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달러화 가치를 한차례 더 '왕창' 끌어 내려야한다고 극단적인 지적들까지 하고 있다.
재경부의 권태신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과 최중경 국제금융국장 체제로 외환당국의 라인도 새롭게 구축된 만큼, 이제 이같은 국내 현실의 엄중한 상태를 늘 유념하고 이에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처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인의 공동체 정서를 깨는 가장 아픈 부분이 바로 일부 부자들의 달러 보유 심리이며, 이같은 일부 전염병이 국가사회 전체에 만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외환당국자들의 중요한 몫이다.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