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리스크관리 모범기업 탐방-③> 대한해운, "외환당국에 바란다.."
  • 일시 : 2004-01-02 14:20:44
  • <換리스크관리 모범기업 탐방-③> 대한해운, "외환당국에 바란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윤주 기자= 지난해를 전례없는 업계호황 속에서 마감한 대한해운 인사동 본사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땅거미가 어둑어둑하게 깔릴 무렵, 바쁠 때 같으면 퇴근하기에 아직 이른 시간일 텐데도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연말, 빈 자리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사무실 안은 평화로웠다. 대한해운 재무팀의 설정호 과장은 "회사가 잘되면 직원들도 일찍 마치고 퇴근도 제 시간에 하게 된다"며 은근히 자랑했다. 임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한해를 마감하며 새해업무를 계획하는 정중동의 모습은 어느 모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외환당국에 바란다= 외환시장에 대해 이것 저것 얘기하던 재무팀의 외환과 자금파트를 맡고 있는 설과장의 이야기 중에 귀를 잡아 당기는 대목은 서울환시 외환당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구조적으로 다소 보수적인 외환관리를 해야하는 해운업체의 입장이지만 최근들어 당국이 시도때도 없이 서울환시에 개입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당국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이 두 손놓고 지켜보아야만 하지만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직설적으로 말해 "환시 개입을 하지 말라"는 하소연이었다 대한해운의 환노출 포지션은 전체 5억-6억달러. 이 중 헤지비율은 10%로 상당히 작은 편이다. 이는 상환만기가 장기인 고정 외화부채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기 때문. 결국 1년에 5천만-6천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선물환이나 기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헤지해야 하는데, 당국이 자꾸 개입을 해서 적정한 헤지 방어 환율을 가늠할 수도 없게 만들고, 이미 거래를 해놓은 옵션 거래도 결과가 예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대한해운은 요즘 약 500만달러 정도의 잉여달러가 생기는 데, 정부의 개입이 빈번하다 보니 팔지도 못하고 그대로 안고 가는 상황이 빈번하다. 개입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시장이라면 이 업체에서는 1천190원이 당연히 때려야 할 환율인 데도, 팔지 못하고서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사정인 것이다. 설과장은 "외환시장의 자연스런 수급에 맞춰서 연말이나 월말에는 떨어지고 월초에는 오르고 해야 하는데 조금만 내릴 구석이 있으면 당국이 바로 끌어올리니까 요즘같은 때는 솔직히 말해 환율 보기가 싫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단연코 시장의 힘에 맡겨져야 한다는 주의다. 같은 맥락에서 외환시장 개입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업체들은 투기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헤징 차원에서 옵션이나 선물같은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데, 당국이 개입을 해 환율전망 자체를 흐리게 하면 그런 헤징 수단은 모두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인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현시점의 개입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설과장은 난색을 표했다. 그는 "정부가 개입으로 달러-원을 올려놓으면 외국 바이어들이 먼저 알고 네고 단가를 낮춰달라는 요구를 해온다"며 "환율 오르면 당장 수출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들은 남는 게 없고 환차익도 100% 다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돈먹고 돈잃은 'IMF의 추억'= 설과장은 대한해운 재무팀 업무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IMF 당시에 외화를 매매하며 겪었던 우여곡절을 꼽았다. IMF 직전 당시 대한해운은 약 1천100만달러 가량의 달러화를 990원 정도에 사놓았었다. 설과장은 "IMF 터지고 달러화가 막 오르는 데, 더 가지고 앉아 있었으면 대박 터졌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2천원까지 갈 줄 모르고 1천100원에서 던지면서 11억원정도를 벌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달러화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고 1천600원대에서 다시 샀는데, 며칠씩 계속 사 모아가다가 환율변동으로 도저히 가지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기야 손절매를 하게된다. 이 일로 약 10억원 정도가 날아갔다고 한다. 천당과 지옥을 다녀온 뼈아픈 경험을 한 것이다. IMF 당시 달러 급등으로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던 업체들이 상당한 돈을 끌어모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변동폭이 유례없이 극심해지면서 업체들이 겪었던 당황스런 경험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작은 규모, 짜임새 있는 헤지= 대한해운은 IMF를 벗어나면서 다소 보수적인 환관리 방침으로 자금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소규모로나마 '레인지포워드옵션'이나 '타겟포워드옵션'과 같은 옵션 파생상품거래를 상황에 따라 짜임새있게 운용하는 게 특징. 설과장은 "옵션이 물론 리스크는 있지만 단순 선물환보다는 결과가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헤징을 해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실무자로서 곤란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잦은 개입으로 인해 달러화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바람에 당장 걸어놓은 1월달 만기의 옵션이 손실을 내게 생겨 내심 걱정이 된다. 그는 "2-3개월 전만 해도 당국이 생각하는 적정 엔-원 비율이 10대1 정도라고 보고 거기에 맞춰서 환율전망을 했는데 어느 순간에 정부에서 10대1을 포기하고 지금은 11대1로 가지 않았느냐" 며 "당국이 시장개입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파생상품 거래를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생길 때에는 옵션이나 선물 거래를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보통 개입이 나오고 나서야 거래를 하게 된다고도 설명했다. 대한해운은 올해 환관리 방침과 관련해 이렇다할 특별한 계획은 없는 상황. 그러나 올해에는 달러 잉여자금을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운용한다는 차원에서 은행권 딜러들과 파생상품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한창 논의 중이다. 설과장은 올해 그동안의 시장 관전과 경험으로 볼 때 달러-원 평균 환율이 1천150원, 엔-원은 100엔당 1천60원은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yoo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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