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리스크관리 모범기업 탐방-④> 한전, "환관리, 亞기업 정상"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윤주 기자= 서울환시 실수요 기업체들 중 바이사이드(Buy-side)에서는 정유사들 다음으로 큰 손에 버금가는 한국전력.
적극적인 환헤지는 아니지만 이자와 원금 상환스케줄에 맞추어 선물환이나 스왑 등을 통해 성실하게 헤지를 하는 데다, 무시 못할 물량으로 시장에 출연하기 때문에 서울환시에서는 그 움직임에 항상 귀추가 주목되는 기업이다.
지난 6일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만난 김명환 국제금융팀장은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한마디로 '위풍당당한' 풍채의 소유자였다.
99년 경력직으로 입사하기 이전에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김 팀장은 미국 UCLA와 와튼에서 MBA와 박사과정을 밟은 금융계 베테랑이다.
2001년부터 재경부 지침에 따라 '공기업환위험 관리' 작업을 착실히 수행했던 한전은 국제금융팀을 중심으로 환위험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공기업으로서는 가장 처음 VAR(Value at Risk:정상적인 시장여건하에 주어진 신뢰수준에서 일정기간 동안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금액)를 도입해 환위험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한전 국제금융팀은 현재 총 7명이 외환딜링을 포함한 환위험관리, 자금조달, 부채관리에 IR 업무까지 맡고 있다.
공기업이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킬 것 같기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7명이서 이 모든 업무를 수행하려면 정해진 퇴근시간 오후 5시를 꼬박 넘기기는 다반사. 그러나 한전 국제금융팀에 지난 2003년은 사무실 전등을 밤 늦게까지 밝히며 일한 보람을 느끼게 할 만큼 상복이 두둑한 한해였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귄위있는 월간 국제금융잡지 `디 애셋 매거진'(The Asset magazine)으로부터 한전이 국제금융분야 2개 부문 아시아 최고기업에 선정됐다.
`디 애셋 매거진'은 지난해 12월호를 통해 외화부채 관리 최우수기업상(Best in Liability Management)과 혁신 금융상품상(The Most Innovative Deal)수상업체로 한전을 선정했다.
뿐만 아니라 연말에는 정부로부터 외환시장 안정 및 국제금융 업무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주는 부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국제금융팀이 받은 무엇보다 가장 큰 상은 그러나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해서 이뤄낸 성과로 인해 스스로 '베스트(Best)'가 되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일 것이다.
▲외화부채 관리.조달에 역점= 한전이 공기업 중에서도 앞서가는 환위험관리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중 특히 2001년부터 구성된 환위험관리위원회를 주목할 만하다.
이 위원회는 위원장인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부위원장인 재무처장, 예산총괄팀장, 자금팀장, 감사팀장, 재무전략팀장, 결산팀장, 국제금융팀장과 외부 대학교수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분기별로 위원회를 열어 상황에 맞는 환위험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실적 보고를 한다.
환관리를 잘한다는 기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한전도 환위험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내 별도 기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한전은 또 재경부 지침을 받은 2001년, UBS와 골드만삭스를 리스크자문사로 선정해서 최적의 관리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약 4개월 정도 공을 들였다.
자산이나 수입이 거의 다 원화이지만 외화부채를 많이 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로 외화부채 관리와 조달 관리 방법에 역점을 뒀다.
그를 통해 얻은 결론은 VAR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목표에 맞게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
외화부채 통화를 복수로 구성하는 것은 통화가치별 차이에 따른 상쇄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과거 5년의 자료를 소급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원화 대 외화의 최적통화 포트폴리오 구성비율 목표는 7대3으로 돼있다.
98년도 말에는 외화부채 중 달러화가 전체 90%를 차지하고 엔화는 10%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그같은 작업을 통해 현재는 원화대 외화 비율이 6대4이고 외화 중 달러와 기타통화 비율은 각각 5대5이다.
이 업체 복수통화 구성의 또다른 특징은 달러화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엔화의 비중을 늘여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과거부터 달러-엔 스왑거래에 역점을 둬왔다.
▲환위험 관리의 '빛과 그늘'= 장기 외화부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인 한전으로서는 아무래도 회사의 외화부채를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축소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1998년도 말 99억달러에 달했던 외화부채는 체계적인 환위험관리 덕분에 2003년에는 50억달러 수준으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
이는 단순히 숫자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활동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서울환시에도 이렇다할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5년동안 외화부채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한전은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이 붙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환위험 관리를 도입한 것이 큰 성과였고 달러-원 변동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음에도 환손실보다 환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자금조달의 경우에도 한전은 주로 금리가 싼 엔화를 차입하고 달러로 차입할 때도 엔화스왑을 많이 사용했다.
엔화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리가 평균 2%대로 국내 원화나 달러화로 하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비용을 상당히 절감했다.
작년 말 '디 애셋 매니지먼트'에서 받은 상도 엔화 표시 관련 채권발행과 인연이 깊다.
'자사주 대상 엔화표시 교환사채'를 당시 마이너스 1.7%로 발행, 투자자가 오히려 이자를 지급하는 등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발행했기 때문이다.
달러표시 부채를 줄이고 엔화표시 부채를 늘려간다는 소기의 목적과 투자자로부터 오히려 이자를 받는 조건의 마이너스 금리 발행은 상당히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더구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엔화표시 연계 채권시장을 개발한 공로도 인정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김정인 국제금융팀 과장은 "환율움직임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게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도 말했다.
실상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환율의 본질이기 때문에 환시 동향에 매달려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가 느끼는 한계이기도 하다.
김명환 팀장은 "사실 아쉬운 부분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를 사전에 못읽었다는 점"이라며 "솔직히 환율이 이렇게까지 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당국의 강력한 입김이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한국적인 현실에서 경제 펀더멘털 만으로 시장의 앞날을 가늠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님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새해 '희망사항' =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카피처럼, 올해 서울환시 실수요 업체들의 새해 소망은 대체로 '시장이 좀 더 현실을 반영하는 쪽으로 흘렀으면' 하는 것이다.
공기업이긴 하지만 한전 관계자들 역시 이 소망은 마찬가지다.
외화부채를 많이 짊어진 기업으로서 달러화 약세가 저지되는 점이 부담스러운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김명환 팀장은 "수출 경쟁력 유지가 국가 경제회복의 관건이 된 마당에 당장 외환당국의 심중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이유 중에는 당국의 시장개입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가들의 시각이 상당히 작용한다는 지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팀장은 "당국이 어느정도 목적을 달성시켰을 때는 국내물가의 흐름이나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이유 등에 대해서 한번쯤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화 비용과 외화 리스크를 모두 줄이는 최적의 통화 포트폴리오 구성 목표를 올해도 차곡차곡 이뤄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yoo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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