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보카라톤에서의 예상 밖의 큰 지각 변동은 없었다.
6일과 7일 양일간 미국 플로리다 보카라톤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은 과도한 환율변동을 억제하지만 유연한 환율체제를 유지하자는 방향으로 합의를 도출하며 사실상 큰 정책합의의 변화없이 막을 내렸다.
◆채택된 문구들= G-7 대표들은 이날 회의후 채택한 성명을 통해 "환율의 과도 하거나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G-7은 환시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비해 환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적절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 다.
또 "환율 유연성을 결여하고 있는 주요국 또는 경제권이 보다 많은 유동성을 갖 추는 것이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국제 금융 체계의 안정성을 증진하고 조정폭을 넓히는 데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G-7 대표들은 그러나 `환율 유동성 확보'와 `과도한 움직임 회피'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키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이날 성명 내용은 달러화 약세에 대한 암묵적인 용인으로 해석됐던 작년 9월 두 바이 회의 성명 내용과 대체로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번 합의는 G-7이 과도한 환율 움직임을 경계한 것은 유로화 강세에 대한 유럽측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를 띤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G-7이 환율 유연성을 강조한 것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외관상 두바이 회담에서의 합의와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앞으로도 달러화 약세에 대한 시정이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며, 따 라서 이를 의식한 달러화의 약세 기조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vs 유럽'=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이틀간의 G-7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시장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중에 (나는) 미국의 환율정책은 달러 강세라고 재차 강조했다"면서 " 통화 가치는 오픈되고 경쟁적인 시장에서 결정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전세계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되고 있으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더 많이 일들이 행해져야하며 전세계 경제가 싱글엔진(미국 경제)에 의존하는 비율을 줄여야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부시 행정부는 5년안에 재정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것이 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스노 재무장관이 달러 강세정책을 재확인한 데 대해 "환영한다. ECB도 장기적으로는 유로 강세를 선호한다"고 화답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회의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면서 "우리 는 원하던 바로 그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빈사상태에 있는 세계 경제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려 했으나 프랑시스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은 유로화 강세가 유럽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논점화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 두바이 G-7 회의 이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12% 급등했으나 엔화의 對달러 상승폭은 일본 당국의 적극적 환시 개입으로 상승폭은 8%로 제한됐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반응= 존 스노 美 재무장관= '과도한 환율의 변동성'에 경계감을 표시한 것은 오랫동안 미국이 견지해온 달러강세정책과 부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나치거나 무질서한 환율의 움직임은 경제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G-7 성명은 환율은 각국 통화의 가치에 따라서 움직여야된다는 미국의 기존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G-7이 환율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명확한 매시지를 던져줬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나온 합의내용은 매우 명확하며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한 지적을 한 것이라면서 성명서 자체만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트리셰는 또 ECB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되는 건전한 유로를 유지하는 전략을 고수해나갈 것이라면서 스노 장관의 '강한 달러'정책 지지발언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시스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외환시장은 세계경제가 성장세로 진입했을 때 주요국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환율의 유연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상도 이번 성명서에 `무질서한 움직 임'과 `급격한 환율변동'이라는 두 문구가 성명서에 새롭게 삽입됐다면서 일본은 이번 성명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가키는 이어 이번 성명서는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G7 국가 모 두에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G-7이 과도한 환율 움직임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외환시장은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면서 세계경제가 성장을 시작할 경우 환율은 더욱 과도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과도한 환율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을 더욱 관심 깊게 지켜볼 것이며 정상적인 등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바클레이즈캐피털의 스티브 일글랜더 외환전략가는 "유럽은 이번 회의에서 자신들이 원하던 문구를 전부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UBS의 맨수 모히-우딘과 대니얼 캣자이브 외환 전략가는 G-7 회의 이후 발표한 고객보고서를 통해 "비록 현재의 환율변동폭이 중앙은행들의 개입을 이 끌어낼 정도는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시장은 당장 G-7 성명에 대해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물론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을 중앙은행들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 면서 "그러나 유로-달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눈치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서서히 1. 30달러를 향해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성명으로 볼때 단기적으로는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기간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의 잉글랜더는 "G-7 성명이 예상보다 강한 톤인 것 같다"면서 " 그러나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이 달러화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유로-달러의 상승을 제 한하려는 유럽 정책당국자들의 노력은 오랫동안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 다.
또 유럽 당국자들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일본, 중국과 여타 아시아국들, 즉 G-7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서도 겨냥한 메 시지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그는 풀이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국들의 자국 통화 강세 방어의지가 워낙 강해 유럽 당국자들의 다소 밋밋한 주장이 각국 환율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G-7회의 한국시장 어떤 영향 있나= G-7 회의 결과가 우리 나라 금융시장에 어떤 충격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선진 7개국 대표들은 이번에 달러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경계한 만큼 우리 증시에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위앤화에 대한 절상 압력은 새삼스럽지 않은데다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한 변수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9월 두바이회담 직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170원대에서 1천140 원대까지 급락했는데, 이는 회담이 환율의 유연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 이번에 나온 성명은 두바이회담 때보다는 훨씬 완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앤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라는 재료가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중국이 위앤화 절상압력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한 변수로 당분간 어느 정도의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원/달러 환율은 당장 1 천160원대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 언론이 위앤화 평가절하 가능성까지 보도함으로써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연구기관들이 연초에 전망한대로 환 율이 1천100원대로 떨어질지, 당국의 의도대로 1천150원대를 지킬지 주목된다"고 밝 혔다.
박상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은 페그제를 폐기하지 않더라도 현행 하루 환 율변동폭(상하 0.3%)를 확대하거나 환율을 일정수준으로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압 력을 소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두바이회담 정도의 충격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