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소액주주 대표자의 얼굴에는 잠시 멍이 남겠지만 삼성전자 외국인 투자가들의 머리 속에 남은 상처는 오랜 세월 동안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
1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지난 27일 열렸던 삼성전자의 35기 정기주주총회에 소액주주 운동가들이 참석해 삼성카드 지원과 일부 이사들의 퇴진 문제를 놓고 회사측과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고 전했다.
저널은 이날 긴급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한 참여연대 관계자와 이를 제지하려는 회사측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였다면서 회사측이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한 소액주주 대표자가 양측간 몸싸움 와중에 계단에서 떨어져 얼굴에 멍이 들었다면서 이 소동이 외국인 투자가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저널은 특히 한국에서 가장 국제화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아직도 한국내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어스 전무이사는 "내가 삼성전자에 투자치 않고 있는 것은 이같은 오만함 때문"이라면서 "경영진이 존경심을 가지고 예의바르게 투자가들을 대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애초에 왜 기업공개를 했는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27일 삼성전자 35기 정기주주총회에 김상조 한성대교수와 송호창 변호사 등 9명이 소액주주 자격 또는 주주위임을 받아 참석, 불법 정치자금제공과 삼성카드 지원문제 등에 대해 회사측과 2시간30여분간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참여연대측이 발언권 봉쇄에 항의, 중도퇴장해 주총 시간은 비교적 짧았지만 긴 급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한 참여연대 관계자와 이를 제지하려는 회사측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회계사 1명이 넘어져 병원에 실려가는 불상 사도 발생했다.
삼성전자측은 "카드지원은 불가피했고 선거자금 지원도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인 만큼 별 이슈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주총을 마쳤다"고 평가했지만 몸싸움과 부상자 발생 등 소란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으로 대기업 주총장에 참석하기 시작한 것은 지 난 97년부터로 당시 참여연대는 한보철강에 부실여신을 제공한 제일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주총에는 98년 처음 참석해 사외이사 선임건과 그룹계열사에 대한 출 자문제 등을 놓고 국내 상장기업 주총사상 최장시간인 13시간30분간의 마라톤 주총 을 벌여 화제가 됐었다.
참여연대는 99년에도 간판격인 장하성 교수와 김석연 변호사 등이 나와 8시간30 분간 집중투표제 도입,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개정을 요구하며 표결까지 가는 공방을 벌였다.
99년 참여연대는 SK텔레콤,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LG전자, ㈜대우 등 5개 기업 을 집중활동 대상기업으로 정하고 주총 참가를 선언하기도 했다.
2000년 삼성전자 주총에 불참한 참여연대는 2001년 다시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 내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재용씨의 경영참여,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에 따른 부담, 이 사선임 문제 등에 대해 7시간반간 집중 추궁, 회사측을 코너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후 참여연대는 2002년과 2003년에는 삼성전자 주총에 의결권을 대행할 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다고 판단, 참석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말부터 검찰의 대선자금지원 수 사와 삼성카드 지원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3년만인 올해 다시 주총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