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월요라운드테이블-③> 車치고 砲치는 외환당국
--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는 외환시장이라고 불릴만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중국이 시행하는 것과 같은 고정환율제를 해오다가 지난 90년 3월에 시장평균환율제도를 출범시키고, 지난 97년에야 겨우 완전자유변동환율제가 실시됐습니다.
완전자유변동환율제라고 하지만 서울환시는 워낙 작은 천수답 시장이다보니 외환당국이라고 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참가자가 시장을 좌지우지합니다.
당국의 시장 참여에 대해 상당히 감정적인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서울환시를 10여년 이상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그들에 대한 변명을 해보자면, 외환당국도 서울환시라는 게임의 장에서는 말 그대로 하나의 참가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외환당국은 국가 경제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각종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흐름을 판단하고 직간접 개입도 하고 구두개입도 합니다.
당국도 한명의 시장 참가자이다 보니 어떨 때는 '바보같은 호구 노릇'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시장 이해관계의 반대편에 서서 모든 은행 참가자들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에 대한 평가를 좋게 할리가 없습니다. 서울환시의 인터뱅크 딜러들 중에는 외환당국의 속마음과 행동을 꿰뚫어보는 베테랑들이 상당수 버티고 있습니다. 이들 노장 베테랑들은 그러나 외환당국의 행동과 판단에 대해 비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들은 외환당국이 '공동의 善'을 지향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고, 돈을 벌기 위해 냉정한 대응과 결정을 해야하는 대상으로 인식할 뿐입니다.
시장과 당국은 영원한 평행선의 관계일 수 밖에 없으며 피차간에 이 점을 인정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 지난주에 달러-원은 급등했습니다. 연중 최저치였던 1,140.30원에서 1,162.70원까지 단 이틀만에 22.40원이나 수직으로 치솟았습니다. 아무리 달러-엔의 영향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되자 외환당국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과연 그 시점에서 당국이 거액을 투입했느냐, 아니면 달러-엔이 뜨는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었는지를 알길은 없습니다. 다만 추정만 해볼 따름입니다.
-- 이번에도 달러-엔은 103엔 중반까지 떨어졌다가 109엔으로 무려 5.5엔이나 올랐습니다. 지난번 105엔에서 112엔까지 7엔 오른 뒤 비슷한 상황이 또 반복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달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년반 동안 유지된 글로벌 달러약세가 종말을 고할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그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상황입니다. 아무도 예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석가들은 수출 위주 경기 활성화를 추진하는 외환당국의 입장에서는 달러-엔이 하락할 때는 디커플링을 주장하고, 반대로 동시에 달러-엔이 상승할 때에는 동조화하는 개입을 단행하는 편의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몇주동안의 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상황이 어떻게되던 게의치 않고 차치고 포치는 '나의 갈길은 간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분석가들은 가장 큰 참가자인 당국의 행동이 이렇게 고수되는 한 다른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아래쪽으로 시선을 두기에는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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