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월요라운드테이블-③> 재경부의 換市 '팔 비틀기'
--기자의 몇년전 졸저 '초보자를 위한 알기 쉬운 환율가이드'에서 처음 붙인 명칭입니다만, 서울외환시장은 한마디로 말해서 '천수답 시장'입니다.
조금 커졌다고는 하지만 서울외환시장의 규모는 대체로 뉴욕과 런던의 1백분의 1, 도쿄의 5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작은 송사리들이 사는 연못 같은 시장입니다. '사자'와 '팔자'가 우아하게 균형 잡히는 시장은 아닙니다. 수시로 한쪽으로 쏠리고, 언제나 일방향입니다. 원화 자체가 국제화되지 않은 통화이다 보니 상황이 돌변하면 거래를 맞받아 줄 상대들이 깨끗하게 사라집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외환의 수급과 관련해서는 서울외환시장을 완벽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워치독' 역할을 해야하며 따라서 외환당국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일각에서는 우리 외환당국이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나서 시장의 자생력을 짓밟아 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 같고, 외환당국에서는 '우리가 아니면 시장은 언제든지 망가질 수있다'는 노파심이 너무 강한 점도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외환당국을 비호하자는 차원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는 시장에 대한 관치의 냄새가 우리보다도 어떤 경우 더 강할 때가 많습니다.
예컨데 지난 98년 9월에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할 조짐을 보이자 당시 뉴욕연방은행의 윌리엄 맥도너 총재는 마피아 두목처럼 뉴욕 FRB 회의실에 월가의 내로라는 거물들을 소집시켜 놓고 협박했습니다. 당시 골드만 삭스, 메릴린치, 살로먼스미스바니, JP모건 등 16개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순순히 1사당 2억5천만달러 씩 부담을 떠안았습니다. 월가에서 FRB에 대항하면 죽는다는 속설이 있었기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여파로 파산 직전에 몰린 LTCM이 살아났고, 뉴욕 금융가의 붕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 금융가에는 이를 '팔 비틀기(arm-twisting)'라고 합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상업은행이든, 투자은행이든 팔을 비틀어 따라오게 한다는 말입니다.
FRB가 좋아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FRB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시장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90년대 말에 달러가 갑자가 하락하던 어느날, 뉴욕 FRB 상황실 직원이 뉴욕 금융가의 거물급 외환딜러들에게 전화를 걸어 "달러가 왜 떨어지는 것입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영악한 월가의 딜러들은 FRB가 그 이유를 몰라서 물었을리 없고, 달러를 올리라는 뜻으로 해석해 그 다음날 달러가 급등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우리나라 재경부 등 정부가 관치금융을 한다고 하지만,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시장이 무너지고 왜곡될 때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물론 미국이 시장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합리성과 신뢰와 공정성 투명성으로 재무부와 FRB가 뉴욕 월가를 확실하게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 재경부나 당국도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이번주도 서울외환시장은 경제 펀더멘털 차이 논리를 앞세운 외환당국의 개입 우려가 시장의 화두입니다. 당국에 대한 우려때문에 1천170원선 이하로 하락은 어느 정도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달러-원은 '중국쇼크', '미금리인상', '유가불안' 등의 3대 악재를 반영하다가 후반들어 달러-엔 급락에 휩쓸려 레벨을 급격히 낮추며 마쳤는데, 이런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이번주 월말네고 시즌을 맞아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수출에 내수회복까지 맞물려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보이는 일본과의 경제 펀더멘털 차이를 지적하며 하락을 막아설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뚜렷이 진행되고 있는데 수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당국의 개입의지는 지속할 것이고, 따라서 달러-엔이 110엔대까지 추가 하락하더라도 서울환시의 달러화의 추가 하락은 더뎌지고 엔-원 재정환율이 더 오를 여지도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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