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창사 4주년 릴레이 인터뷰-②> 이영균 한은 부총재보
- "KIC는 한은 외환보유고를 사가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기자= 이영균 한국은행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의 설립 재원으로써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려면 한은의 통화안정증권을 줄이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31일 이영균 부총재보는 창사 4주년을 맞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KIC가 외환보유액을 쓰려거든 300억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을 가져다 쓰라"며 "한은의 동의가 없는 사용은 현실적으로 안되고 굳이 국가적으로 사용한다면 한은의 부채부문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외환보유액의 수익성을 중점으로 하겠다는 감사원의 감사와 관련해서는, "감사원에서는 통보를 받은 것이 전혀 없다"며 "예를 들어 정기예금을 한 개인한테 연말에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왜 주식투자를 안 했느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유가불안에 대해서는, "상반기에 오일가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물가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정책 전반에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며 "고유가로 우리 거시정책에 영향을 준다면 당연히 환율도 변동을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국제금융기구 및 각국 중앙은행들과의 금융협력 논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익과 주장이 적극 반영되도록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국제담당 이사로서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이 부총재보와의 인터뷰 내용.
--KIC의 외환보유액 재원 차출과 관련 입장은 어떤가.
▲정부의 KIC설립계획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은 없다. 다만 외환보유액을 떼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있다. 이번 자리를 빌려 외환보유액에 대해서 모든 분들이 정확한 개념을 가져야 한다. 우선 외환보유액은 한은이 원화를 대가로 달러를 산 것이다. 즉 부채를 늘려가면서 증가시킨 것이다. 따라서 첫째 한은의 동의가 없는 사용은 현실적으로 안 된다. 굳이 국가적인 목적에서 사용하려면 한은 부채도 줄여야 한다. 즉 통화안정증권을 줄이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것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 얼마전 싱가포르의 재무부장관이 한은 총재를 예방하는 자리에 배석해서 직접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재무부장관은 싱가포르투자공사(GIC)는 외환보유액을 오운(own)하는 것이 아니고 매니지(manage)할 뿐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GIC는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설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수수료를 챙긴다. 맘대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다. KIC를 만드는 분들이 이런 점을 잘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재경부 것인 외평기금 300억달러를 KIC가 쓴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고 KIC가 외환보유액을 갖게되면 외환보유액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환란 때 시중은행에 외환보유액을 예탁했던 경우와 비슷하다. 당시 우리는 예탁분을 포함해서 외환보유액 규모를 발표했지만 해외에서는 이 부분을 뺐다. 이런 경험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KIC에 주는 방식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 솔직하게 외환보유액을 줄여버리는 식이면 투명성도 있고 좋다. 그렇지 않고 KIC가 가지고 있는 것을 외환보유액이라고 말한다면 곤란하다. 환란 때 이미 외환보유액 감소가 국가신용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인정하는 외환보유액 기준에 맞춰야 한다. 또 현재 정부에서 말하는 위탁의 개념이 한은의 것과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서로 오해가 없어야겠다.
--감사원에서 외환보유액 운용에 대한 수익성을 중점적으로 감사한다는데.
▲감사원에서 관련 사실에 대해 통보받은 것이 전혀 없다. 언론을 통해 9월말께 감사를 나오는 구나 생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이 한은이 미국채만 사서 있다는 것이다. 미달러, 엔화, 유로화 다 구성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과 주식은 확실히 안 한다. 분명 미국채 비중이 크지만 거기에 다 묶어 두는 것이 아니다. 많은 외부기관의 컨설팅을 받고 상당부분 금액은 해외투자은행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위탁한다. 외환보유액 운용에 있어 수익성 강조를 하게 되면 상당히 위험해진다. 수익성을 올리려면 부동산이나 주식을 해야 한다. 하이 리턴은 하이 리스크를 수반한다. 만에 하나라도 외환보유액을 잘 못 운영해서 손실이 난다면 큰 문제다. 예를 들어 개인이 은행에 정기예금을 해 놨다. 연말에 가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너 왜 주식투자 안 하고 정기예금을 했느냐 이러면 할 말이 없다. 주식이 상승할 것을 알면 누가 정기예금을 하느냐. 외환보유액의 수익성을 너무 강조해서는 곤란하다. 다만 우리 은행에서도 외환보유액의 증가에 맞춰 수익성을 고려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방식에 민감한데.
▲한은의 커진 외환보유액은 국제금융시장 흐름의 소스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정부 같은 곳에서는 한국정부의 시장개입과 보유액의 증감을 예의주시해서 보고 있다. 그들로서는 한국이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환율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가질 수 있다. 국제회의 같은 곳에서 만나면 대번 외환보유액이 어떻게 해서 늘어났느냐고 질문한다.
--중국쇼크, 미금리인상, 고유가 등의 국제경제환경 변화 어떻게 보는지.
▲국제회의를 가도 참석자들의 이슈는 위의 3가지로 압축된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중국경제는 경착륙이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 미금리인상은 점진적일 것이고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국제유가에 대해서는 분분하다. 상반기에 오일가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정책 전반에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 물가에 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기과열 수습과정에서 금융부실채권이 증가하는 등의 불안요인이 계속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과열에 대해서 조기인식하는데다 사전 예방의지가 강하다. 또 경기과열을 야기한 지방정부.국유기업.국유은행 등에 대한 정부 통제력 보유 등에 비춰 연착륙 가능성이 크다. 미금리인상은 물가가 안정된 수준에서 머물고 있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세계 자본 흐름에 대한 기상도는 어떻게 보나.
▲최근 미국 조기금리인상이 유력해지면서 그간 고수익을 추구하던 단기투자성향의 국제투자자금들이 포지션을 축소하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국 및 선진국 장기채권시장에 대거 유입됐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앞다퉈 나가고 있다. 미국 뮤추얼펀드도 4월 하순부터 신흥시장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규모가 5월 들어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예상되고 미국 등 선진국 경제 회복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신흥시장국의 경제회복이 빨라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한 자본흐름은 조만간 진정될 것이다. 다만 과다한 외채 및 재정적자 등 구조적으로 경제가 취약한 베네수엘라, 필리핀, 터키 등의 일부 국가들은 금융불안을 겪을 수 있다.
--이같은 국제환경 변화들의 국내 경제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경제가 연착륙하면 대중국 수출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가속화하고 있어 수출은 대체로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우리 수출은 약 50억달러 감소하고 GDP 성장률도 0.3%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연준의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없을 것이다. 다만 고유가의 지속은 에너지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입증가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외환시장 공급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나 공급우위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고유가의 영향이 재경부의 주장대로 외환정책의 고려사항이 아닌가.
▲재경부의 주장에 대해서 단기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유가로 환율을 변경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 상승세의 지속은 문제다. 수입가격이 계속 오르고 무역수지가 적자가 나면 달러 공급이 적어지고 환율이 올라가는 변동이 당연히 생긴다. 우리가 곡물과 유가를 제외한 코어 인플레이션을 워치(watch)하고 있지만 물가에서 곡물하고 유가를 항상 빼놓고 볼 수 없다. 통화정책의 대상이기 때문에 코어인플레이션을 워치 하는 것이지 사실 우리가 피부를 느끼는 물가는 곡물, 유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유가가 높은 가격을 유지해 우리 거시정책에 영향을 준다면 당연히 환율도 변동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고유가가 상당기간 지속한다면 환율정책 뿐 아니라 거시경제정책 전반에 걸친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
--주한미군의 차출에 이어 감축까지 논의되고 있는데 환율영향은.
▲언론에서 보도된 후 바로 며칠 간 조사를 했는데 별 영향이 없었다. 의외다. 북쪽에서 직접 하는 것은 영향이 즉각 있는데 미군이 이렇게 하는 것은 영향이 없었다. 이외에 최근 유심히 지켜보는 것은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이 어려워 지고 있는 점이다. 세계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차입여건이 어려워지는 것은 눈 여겨 봐야 한다. 그만큼 신흥시장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우리 자체의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닌가 유심히 보고 있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어떤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은행도 항상 외환쪽에서의 모니터링하고 있다.
--같은 외환당국으로서 재경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있는지
▲양기관의 실무책임자들이 매주 정례적으로 회동해 의견을 나누고 있고 일선 실무자들 간에도 수시로 전화나 회의를 통해 외환시장 상황 및 환율수준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요즘 같이 개방화된 시장구조하에서 어느 한 정책기관 일방의 독주나 시장기능을 무시한 정책의 시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한은과 재경부는 외환정책을 운용하는데 있어 양 기관 간 상호협조는 물론 외환시장 참가자들과도 같이 호흡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재경부 한국은행 시장참가자 삼각구도가 잘 이뤄져 서울환시가 원활하게 운영돼야 한다.
--서울환시의 시장 자율성이나 시장의 규모 확대면에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2000년대 들어 대형 은행들의 거래비중이 높아졌다 하나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아직도 선진국 외환시장과 같이 선도은행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이 협소하고 시장 참가자도 다양하지 못해 선도은행 역할을 하는 대형은행의 출현이 쉽지 않다. 국내기업의 환리스크 헤지거래가 활발해지고 외환시장과 원화 자금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아져 파생금융상품거래도 많아지면 선도은행 부상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중앙은행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눈을 크게 가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국내 경제상황을 좁게 보면 안된다. 항상 세계 경제와 연관시켜 봐야 한다. 그렇게 분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국제국장일 때 신입행원들한테 당부한 것이 있다. 경제신문을 통독해라 내용이 맞든지 틀리던 지 계속 보고 가능하다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를 꼭 봐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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