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라운드테이블-③> "환율, 대책 없이 뜨면 어쩌죠"
-- 서울외환시장과 관련한 이야기로는 당일 또는 주간단위로 치고받는 전략이나 시각을 논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만, 오늘은 서울환시의 상황을 좀 중장기 그림판으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소위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환율의 결정 이론이 '데이 트레이딩'을 하는 외환딜러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루동안의 수급과 시장 포지션, 외환당국의 당일 활약상 등이 보다 다급하고 시선이 가는 이슈이지, 중장기적인 공자왈 맹자왈 적혀있는 교과서의 환율 결정이론은 별로 하루살이 시장 딜러들에게는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시장 구경 경험으로 볼 때, 단기적인 환율의 움직임도 결국은 큰 그림으로 본 펀드멘틀을 반영하는 적정환율과 균형환율로 수렴되어 간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 그동안 서울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면서 달러-원이 아래쪽으로 갈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흐름은 그러나 사실 문제의 핵심이 대한민국의 경제의 전체 상태가 원화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측면을 애써 눈감아왔다는 점을 시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달러-원 환율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달러의 공급이 늘어난다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달러-엔의 연동에만 신경을 써온 것이 사실이죠. 그러다가 어느날 수출을 포함한 내수의 회복 등 대한민국 경제 경제 전체를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현재의 원화가 궁극적으로 '스트롱'해질 수 있는 구도인가에 회의가 서서히 생기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IMF를 당하면서 달러-원 폭등을 경험하며 외환보유고를 탕진했던 경험이 있는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달러-원이 약세 조짐을 보이려는 시장 상황은 환율 정책을 펼친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식은 죽먹기처럼 쉬운 노릇이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강합니다.
당국입장에서는 만약 대한민국 경제가 정말 하강 리스크에 직면해서 총체적으로 어려워져서 또 한 번 달러 매입 개입이 아닌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게 되는 형국으로 돌변하게 된다면 정말 골머리를 싸매야하기 때문입니다.
당국자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는 않습니다만 향후에 만약 서서히 달러 매입이 아닌 매도 개입을 하는 시점이 온다면 정책 수단의 제약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잠재 의식 속에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한 점인 데요. 예컨대 당국이 정말 우려하는 이러한 상황과 조짐들은 여기 저기서 나타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국내주가가 대책없이 비틀거리는 국면 속에 국내인들의 외화반출의 증가 속도와 규모가 예사롭지 않은 점이나, 유가가 좀 처럼 안정되지 않을 조짐을 보이는 점이나, 특히 이러한 가운데 동물적인 본능을 가진 기업들의 달러 선호에 대한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고가 올 상반기 중 약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점을 유심히 들여다 봐야하는 대목인데요,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하나ㆍ신한ㆍ조흥ㆍ외환ㆍ제일ㆍ한미 등 8개 시중은행의 외화잔고는 지난 6월 말 현재 167억6300만달러로 작년말 120억3900만달러에 비해 39.2% 늘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기업들도 환율 급등락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출대금을 외화로 예치하는 사례가 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동안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이 아래쪽이라고 그토록 주장했었는데 왜 이렇게 기업들의 행동은 쉬쉬하며 달러 사재기하는 방향으로 상반되게 움직였을까요. 물론 외환당국이 막아서 줘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상반기에 증가한 외화예금의 70% 이상이 환율변동과 금리를 연계한 신상품으로 유입됐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과 설명이 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기업들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졌지만 원화로 환전해 국내 투자로 전환하지 않는 점은 궁극에는 원화 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수출이 진정으로 내수로 이어지지않고,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않은채 달러로 움켜쥐고 있는 상황은 우리 경제 전체에 상당한 위험 신호임이 분명합니다.
-- 물론 만약 우리경제 전체가 상당한 곤경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지난 IMF 때와 같은 단기 유동성 위기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원화의 가치는 한국 경제 전체 성적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유념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올 하반기와 내년 경기가 정말 안좋아져서 '이러다 달러-원이 대책없이 떠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고 싶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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