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라운드테이블-③> 서울換市 '벼룩이야기'
--서울외환시장의 거래자들은 외환당국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지난주 정부의 외환정책 최고 실무책임자인 최중경 국장이란 인물에 대해서 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당국자에 대한 관심은 비단 서울환시에 뿐 아니라 도쿄환시에서나 런던환시에서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예,그렇습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이 많은 만큼 시장의 자율성은 감소하고 외부의 충격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또 경직된 외환제도와 부적절한 환시개입으로 초래된 외환위기로 나라 전체가 흔들린 경험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외환당국이 점차 강한 힘을 가지는 것이 아니러니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논의와 관련해서 서울환시 일부 참가자들은 '벼룩이야기'를 예로 들어 외환당국의 환시개입의 부작용에 대해서 재밌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이 뛰기를 잘하는 생명체는 벼룩이라고 합니다. 벼룩을 잡아서 유리컵 안에 가두어 두어도 금세 튀어서 도망을 갑니다. 다시 잡아서 더 높은 컵에 가두어도 녀석들은 역시 단번에 뛰어 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유리컵에 유리뚜껑을 올려 둡니다. 유리로 만든 뚜껑을 모르는 벼룩들은 높이 올랐다가 머리를 맞고 떨어지고 몇 번을 계속 튀어 오르다가 마침내는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한참 후에 유리뚜껑을 제거해 주면 벼룩들은 여전히 튀어 오르지만 예전에 유리 뚜껑이 있는 그 선 아래까지만 오른다고 합니다.
그들이 더 높이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되면서 평생 유리병 속 감옥에 갇혀 살게 되죠.
서울환시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당국이 정해준 레벨 이상을 못 넘고, 그 레벨 이하로 못 떨어지게 되죠.
참가자들도 당국이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 개입에 나서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이 서울환시에 장기간 지속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컵 위 뚜껑에 익숙해진 서울환시가 나중에 과연 경제펀더멘털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컵 위로 뛰어 넘어야 할 때, 그럴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전격적으로 콜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달러-원 환율에 상승재료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콜금리 인하가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안 좋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인 데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콜 인하가 정책성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 의심이 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콜금리 인하라는 재료에 어느 수준까지 반응해야 할지 남감하다고 전했습니다.
작년부터 지속한 외환당국의 환시개입 때문에 당시 환율이 지금의 경제 펀더멘털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당국도 외환위기라는 아픔이 있고 책임까지 졌던 만큼 시장의 자율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외환당국자들이 부임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시장친화적으로 시장에 참여자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당국이 시장의 자율성에 대해서 더 인정해주고 시장을 내버려 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국과 시장은 계속 서로 평행선을 달릴까요.
오랫동안 시장에서 거래를 해왔던 한 고참 거래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국이 늘 강해야 하고 최후의 해결자라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당국이 힘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시장을 거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다.
이는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만큼 시장으로부터 당국이 얻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국은 늘 시장에서 외로울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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