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율정책 국정감사..헤지펀드들이 지켜본다
  • 일시 : 2004-10-13 09:21:21
  • <기자수첩> 환율정책 국정감사..헤지펀드들이 지켜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기억기자= 재경부 국정감사장에서 외환정책 공방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의 공개에 따른 국익 문제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번 국감에서 비전문가들인 의원들이 외환정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상대적으로 국감이슈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IMF를 겪으면서 외환정책 결정이 밀실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강박에서 벌어진 일종의 과잉 파헤치기 해프닝이고 의원들의 '한건주의'에 말미암은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각국의 외환당국은 총성 없는 국제금융시장의 전쟁터에서 자국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각국의 환율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정보는 정당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일체 대외에 공개되는 일이 없다. 미국의 FRB는 물론이고, 독일의 부바(BUBA), 일본은행(日本銀行)은 그래서 '비밀의 사원'이라고 불린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이 놀라고 있는 이번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환율정책 논란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본다. 첫째 의원들의 질의에 윽박당해 외환정책 총수인 이헌재 부총리가 '개입했다' 사실은 물론이고, 한발 더 나아가 개입방법도 '파생금융시장을 통해서'라고 적나라하게 확인해줬다는 점은 상당한 충격이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에 특히 헤지펀드들에게는 환율당국의 치마밑까지 모두 공개해 국가 외환전략의 패를 다 보여준 셈이 다. 둘째 위앤화 절상을 계기로 아시아에서 환율 조작국이라는 미국의 끈질긴 압박에 대해 우리정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만을 했다고 강조해왔는데 이것이 백일하에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공개했다. 셋째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외환정책에 대한 정보는 '우리들만의 리그'에서 알려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리얼타임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 전달된다는 점을 간과한 점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국정감사 직전부터 환율을 높게 유지하는 당국의 정책이 국감에서 야당의 강도높은 비판 때문에 향후 외환당국의 정책 노선에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나타났고, 실제 재경부 국감기간 이틀동안 서울외환시장에서는 환율 하락 시도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넷째 고도의 전문분야이며 국제금융전문가 영역에 해당하는 외환정책이 정치권에서 여야간의 정쟁의 대상이 되는 계기가 제공된 점이다. 다섯째 일본이나 미국은 자국의 외환시장 개입정책이 의회에서 공개되고 언론에 보도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설사 의회에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문서 형태이며 의원들도 이를 철저히 기밀에 붙인다는 점에서 대내외적인 우리의 외환시장 개입 정보관리는 기본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선량 의원들의 무지와 언론은 과잉 경쟁때문이라고 그렇다 치더라도, 한가지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이헌재 부총리는 의원들의 외환시장 개입 질의에 대해 왜 "시장은 철없는 어린 아이들의 (질문에 응대하며 희희낙락하는) 놀이터가 아니다" 라고 일갈하지 않았던가. 또는 "세계 어느 국가도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에 대해 공개적인 장소에서 확인해달라고 조르는 일은 없고 공개적으로 응답하는 일도 없다"고 왜 면박을 주지 못했는가.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국제금융시장 현장에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하이에나 헤지펀드들과 국제자본들 앞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당국자의 벌거 벗겨진 모습을 보며 참으로 풍전등화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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