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환당국, '아픈' 만큼 '성숙'하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진우기자= 지난 10월 중순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기자는 우연히 외환당국자들이 모인 저녁 자리에 참석했다.
지난 재경부 국감에서 환율 정책이 이례적으로 난타 당한 직후라 내심 분위기가 썰렁하리라 예상과는 달리 당시 최고 실무 당국자의 얼굴은 의외로 밝았다.
환시채 발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이 책임자는 "발행할 까"라며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당국자들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달러-원 환율이 4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 26일, 사무실에 만난 실무 책임자는 인터뷰 요청에 "당분간 환율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묘한 뉘앙스를 전달하면서 말이다.
1천130원이 깨진 27일과 28일, 중견급 실무자는 부재 중일 때가 잦았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탓도 있다. 그는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목소리는 듣는 입장에서는 기어들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날 재차 환율이 빠지자 한국은행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한은을 통한 구두개입은 종종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천130원이 깨진 상황에서 '외환당국은 하나다'라고 주장한 재경부가 한은의 `입'을 빌린 것은 여론을 상당히 의식한 행동이라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1조8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의원들과 언론의 지적이 뼈아플 법도 하다.
입은 있어도 속사정을 다 말 할 수 없는 정부 입장에서 '국익'을 위해 일해왔다는 단순한 변명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도 그다지 없어 보인다.
그동안 당국의 자신감은 시장에서 일부 '오만'으로도 비춰져 왔다. 분명 반성해야될 부분이다. 또한 그들도 변화된 환경에 '묘안'을 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양비론 같지만 지나치게 주위의 시각을 의식하는 모습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벌써부터 환율 급락에 따라 수출 전선에서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아픔' 만큼 `성숙'된 외환당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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