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의 월요전망대-③> 외환당국과 김혜자氏의‘연기력 비교’
  • 일시 : 2004-11-22 07:21:35
  • <최기억의 월요전망대-③> 외환당국과 김혜자氏의‘연기력 비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주 서울환시의 관심사는 국제외환시장의 소용돌이 속에 외환당국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다. 서울 외환당국은 그동안의 침묵 연기를 과연 마무리할 것인가, 계속해 나갈 것인가. 침묵 연기라는 차원에서 당국의 상황연출력과 우리 시대의 여배우 김혜자氏의 연기력을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시점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 장면 1 = 10여 년도 훨씬 전에 공연된‘리타 길들이기’라는 연극무대. 극이 막바지에 이르자 무대는 칠흑 같이 어두워지고 실 낯 같은 한줄기 조명만이 무대 구석에 돌아앉은 여배우의 등을 비추고 있었다. 여배우는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길고 긴 침묵이 흐른다. (관객들의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만 극장 안에 들린다). 관객들의 시선은 온통 작은 여배우의 뒷모습에 집중됐다. 긴 침묵이 끝나고, 드디어 들릴 듯 말 듯 작은 흐느낌의 우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자신의 앞 모습은 보여주지 않은 채, 어깨를 들썩이는 뒷모습 연기만으로 눈물과 슬픔을 연기하는 여배우에게 관객들은 사로 잡힌다. 뒷모습 연기가 진행되자 우레같은 감동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시 언론에서 대배우는 진정한 슬픔을 얼굴 표정이 아니라 뒷모습과 침묵으로 연기한다고 평가했다. 기자들이 그녀의 나이를 궁금해 하자 그녀는 “여배우 나이를 묻는 건 예의가 아니예요”라고 말해 한참동안 유행어가 되기도 했었다. # 장면 2= 침묵 연기가 돋보이는 2004년 11월 서울외환시장이라는 살아있는 무대. 주연, 외환당국자. 수출을 떠받치려고 그동안 거듭된 시장 개입을 수행해왔던 당국자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회에서 시장 개입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서 깊은 침묵에 빠졌다. 달러-엔이 103엔 초반 대로 추락하고 3주 만에 80원이 떨어져 수출업체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국정감사 이후 줄 곳 오불관언이다. 일부에서는 한국투자공사(KIC) 입법 통과 등을 앞두고 외환당국이 야당의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하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국자의 침묵 연기가 길어질수록 서울환시라는 무대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다. 주말 동안 G20 회의에서 환율관련 알맹이 있는 얘기가 없었고, 앞으로 3개월-6개월 이후의 국내 수출전선에 정말 이상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기자가 넌지시 침묵 연기자에게 '1조원 환시채 입찰만으로는 중과부적 아니냐'며 넘겨짚었더니 이런 대답을 돌아왔다. "당국자에게 언제 무대에 나타날지 묻는 건 예의가 아니지요” 당국의 응답과 관련해 이번주 서울환시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은 세가지 정도인 것 같다. 첫째는 당국의 침묵 연기가 시장에 어느 정도 공포심을 유발할지, 둘째 당국이 과연 행동보다는 장기적으로 침묵 연기를 전술 및 전략으로 채택할 것인지, 셋째 침묵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흐느끼는 몸짓 연기로 바꿀 시점은 언제인지 여부다. 지난주말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의 경상적자가 계속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달러화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으로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 19일 달러화는 103.10엔까지 떨어져 2000년 4월 이후 55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폭풍우 속에서 서울환시 당국자가 이번주에는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서 나설지를 기다리며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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