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미국과 유럽 정책 당국이 달러화 약세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자 기사를 통해 고언했다.
신문은 '경상수지 적자 감축을 위해서 달러화 약세가 필요한가 아니면 경상수지 적자가 달러화 약세를 촉발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경제 정책에 반대 영향을 미치는 두가지 답변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내 일반적 관측처럼 미 경상수지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약달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이는 미국에는 안도감을 유럽에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논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달러화 하락은 해외 상품 가격에 대한 미국 상품 가격, 즉 미국의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미국의 수입은 감소하고 수출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정은 환율을 통해 이뤄지며 대부분의 부담은 유로존이 지게되며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낮출 수 있겠지만 이것이 유로-달러 환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ECB가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둔화하기 위해 개입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필연적 조정 과정을 지연시킬 뿐이며 따라서 이같은 상황하에서는 최소한의 정책적 함의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됐다.
신문은 국제 경제 체제는 미국과 유럽이 아무 것도 할 수없는 위와 같은 오래된 교과서속 상황과는 다른 작동 원리에 의해 움직이며 실제로 다수 현대 경제학 모델에서 교역조건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달러화 변동이 경상수지 적자를 조정하는 것이 아닌 역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올해와 같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때는 급격한 달러화 변동도 경상수지 적자를 감축으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부동산 가격 폭락과 같은 수요 측면의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측면까지 노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최근 관련 연구를 재수행한 모리스 옵스트펠드와 케네스 로고프 등 경제학자들의 결론이다.
옵스트펠드와 로고프는 전미경제연구국(NBER) 공동연구과제를 통해 달러 실질 환율이 20~40% 하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맺었는데 이는 유로화의 대(對) 달러 급등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유럽 입장에서는 악재라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이는 무한정 수입 이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인들 역시 불편해 하는 재료이며 따라서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상당한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토마소 파도-쉬오파 ECB 이사는 지난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장 뿐 아니라 '정책 수정'에 있어 유럽의 입장은 이는 본질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 투자가들이 대규모 재정 적자를 충당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신뢰할 만한 적자 감축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유럽은 규제가 과도한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FT는 이 두가지 목표는 궁극적으로는 성취 가능한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유럽연합(EU)은 일정상 크게 뒤쳐져 있기는 하지만 오는 2010년까지 EU의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는 리스본 아젠다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임을 주지했다.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는 최근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EU가 미국을 추월해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경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실패하고 있다는 중간평가를 내리면서 특히 서비스 분야의 개혁을 강조했다.
실제로 유로존은 소매업과 금융업 부분의 생산성 증가율 측면에서 미국에 크게 뒤쳐져 있으며, 이를 제고하기 위한 규제 완화는 아직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달러화 환율이 어떻든 유럽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 제고를 추구해야 하며 이것이 달성되면 유럽 지역의 경제적 복지가 국내 경제 상황에 비해 유로-달러 환율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유럽은 또 생산성 제고를 통해 얻어진 자금 중 일부를 미국 제조업계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며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상승 둔화에 성공할 경우 일본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옵스트펠드와 로고프의 지적처럼 달러화의 급락은 비극적 사안일 필요는 없는데 지난 1980년대 후반에는 미국과 전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하지 않으면서 달러화 가치가 무역 가중치를 기반으로 40% 하락한 바 있다.
지난 1970년대 초에는 그러나 달러화 평가절하가 극심한 경제적 불안정을 노정했는데 당시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 수행을 위해 대규모 재정 적자를 내고 있었고 실질 유가는 현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물론 당시 붕괴됐던 브래튼우즈 체제 하의 반쯤 고정된 환율 체제와 현재의 달러화 페그제 사이에는 몇몇 불행한 사례들이 더 존재하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 해결 여부는 가능성은 있지만 그 미래가 불분명한 사안이다.
세계 양대 경제권의 정책은 아직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준비가 덜 돼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언젠가 이 문제가 해결되면 그 과정이 불필요하게 가혹했음이 드러나게 될지 모른다고 FT는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