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국제금융전망대> 美무역적자와 달러 약세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가장 큰 골치꺼리는 바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다.
미국 정부는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비난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를 방치해두고 있는 실정이지만 11월 무역적자가 예상을 크게 초과하면서 다시 사상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작년 11월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7.7% 증가한 603억달러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가별로 보면 대 중국 무역적자폭은 166억달러로 여전히 가장 많았으며, 캐나다와 일본이 각각 73억달러,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2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지만 일단 미국은 무역적자에 대해 전 세계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로 자존심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스캇 맥클레란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11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미국 경제가 전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해 미국인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쇼핑을 즐기고 있고 또 여타국들보다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해 소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특히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 시정을 강력하게 다각적인 측면에서 요구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 약세도 사실상 방치해두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 환율이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통화들에 대해 많이 내렸는데도 무역적자폭은 계속 증가하는 것을 두고 재계와 학계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것을 두고 `달러 약세'가 초래한 구조적 문제점이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따르면 월가의 분석가들은 약달러로 인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큰 유로와 엔, 그리고 캐나다달러권에 대한 무역수지가 상식과는 달리 별반 개선되지 않은 상황을 보면 '약한 통화가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는 통상적 논리가 미국에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율의 변동과 무역수지와의 관계를 나타낸 이론으로 `J커브효과'가 과연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환율하락을 유도하더라도 그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되다가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개선되는 이 이론이 맞을 것인가가 논란의 주제다.
지난 3년간 달러가 주요통화에 대해 지속적인 평가절하가 이뤄졌지만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의 확대는 막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근본적인 회의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J커브 효과를 감안한 무역수지 불균형 조정을 위한 시간은 18개월가 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3년이 지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세계화와 인터넷, 복잡한 헤지기술 등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요인들로 인해 최근 몇년간 환율이 개별 기업 및 국가의 수지에 제한된 영향 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중국 위앤화 환율제도에 대한 미국의 비난에 나올 수 있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규모가 25%에 달하고 있기 때문 이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개선되고 있지 않는 만큼 미국이 중국에게 위앤화 환율절상 압박을 더 가할 빌미가 생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달러에 고정돼 약달러의 어부지리 혜택을 누려온 중국 위앤화와 이에 편승해온 아시아 주요 무역국들의 통화가 당장 평가절상돼야 한다는 월가의 압력이 고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내달 4일 런던에서 소집되는 선진 7개국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약달러 문제가 중국 환율제도 변경을 요구를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든 거론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중국측에서 보면 달러화 약세 때문에 위앤화도 약세 혜택을 같이 누리면서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들어 11월까지 무려 1천47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4분의 1 가량에 이른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 98년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기록한 무역적자를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중국은 위앤화에 대한 투기가 심하기 때문에 올해는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가경제연구소 개혁 재단의 판 강 소장은 지난 15일 홍콩에서 열린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중국이 투기가 거센 현 시장 상황에서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면 환율 변동폭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앤화 평가절상은 중국 실업률을 높일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한 단행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앙정부는 현 시점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달러화 환율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달러화에 페그돼 있는 위앤화는 장기적으로 여러 나라 통화와 연계되는 바스킷 통화제도를 채택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위앤화 환율의 페그제를 수정하길 원하는 미국과 달러환율의 불안정성을 들어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중국의 입장 절충의 `밀고 당기기'가 장기전으로 흐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은 내달 런던 G7을 일단 주시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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