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유가 50달러 육박에 별부담 못느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장관들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상승하는 데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28일 보도했다.
외신들은 OPEC 회원국 고위 관리들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이번 주말에 열릴 OPEC 각료회의를 앞두고 회원국들이 유가 하락 방지를 위해 감산에 나설 의사가 없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 장관들은 또 최근 유가가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추가 감산의 당위성이 감소했지만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근처까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의 원유 수요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알제리의 차키브 칼릴 에너지장관은 "최근의 유가 동향이 경제 성장이나 인플레이션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제 상황이 일반적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 역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유가가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리 높은 수준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최근의 유가 동향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알제리, 리비아 에너지 장관과 OPEC 신임의장인 셰이크 아흐마드 파드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최근 고객들이 불과 1년전만 해도 천문학적이라고 여겼던 유가를 감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한편 외신들은 OPEC이 유가 가격밴드를 최근의 고유가 추세에 부응하는 쪽으로 상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타전, 귀추를 주목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뉴욕타임스는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그간의 `온건' 입장에서 벗어나 가격밴드를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OPEC의 가격밴드가 현재 배럴당 22-28달러이나 이를 32-35달러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최근 OPEC 주요 인사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했다.
석유업계 관측통들은 그러나 오는 30일 빈에서 소집되는 OPEC 각료회담에서는 산유쿼터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면서 따라서 가격밴드 조정건은 빨라야 오는 3월 이란에서 열리는 OPEC 회의 때나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빈 회동에서는 기존 산유쿼터가 유지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쿠웨이트의 셰이크 아하마드 파드 알-사바 석유장관은 28일 세계경제포럼 참석 차 다보스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22-28달러 가격밴드가 더 이상 OPEC의 목표가 아니 라고 본다"면서 쿠웨이트는 이것이 "32-35달러로 상향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빈 회동에서 이 문제가 협의될 것이냐는 질문에 "가격밴드 조정 결정은 없 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3월 이란에서 각료회담이 재소집될 때까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밴드 상향조정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사우디 석유장관의 입에서도 나왔다.
역시 세계경제포럼 참석차 다보스에 온 알리 알-나이미 장관은 로이터 회견에서 "세계 경제가 지금의 유가 때문에 타격을 받지는 않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OPEC내 영향력이 지대한 사우디 석유장관의 이 발언을 주목하면 서 사우디가 석유 공급과 관련해 오랫동안 유지해온 `온건' 노선에서 벗어나 `강경' 쪽으로 급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악화된 것도 한 원인이 아 니겠느냐면서 OPEC가 지난 50년간 `싼 석유'를 서방에 공급해오던 구도를 마침내 깨 뜨리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지적했다.
OPEC 사무총장을 지낸 후 제네바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노르틴 아잇-라오 루진 전 알제리 석유장관은 뉴욕 타임스에 "사우디가 매파로 돌아섰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점은 더 이상 비둘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OPEC가 가격밴드를 상향조정하려는 이유를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실상 OPEC 역내의 1인당 소득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OPEC 11개 회원국의 석유판매 수입이 지난해 3천380억달러로 한해 전에 비 해 42% 늘어나기는 했으나 인플레와 인구증가, 그리고 사회비용 급증을 감안할 때 1 인당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사우디의 경우 지난 25년 사이 인구가 두배로 늘어난 상황에서 1인당 실질소득이 지난 80년에는 2만2천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4천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이 에너지정보기구(EIA)의 분석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달러 약세도 지적됐다.
OPEC 사무국이 빈 회동을 앞두고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와 달러 약세를 감 안할 때 현재의 유가밴드 평균 가격은 배럴당 23.50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 서 가격밴드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파리 소재 케임브리지 에너지 리서치 어소시에이츠의 석유산업분석가 베라 데 라두셋은 뉴욕 타임스에 "석유대금 결제가 대부분 달러로 이뤄져온 상황에서 달러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OPEC의 실질 구매력이 타격받고 있다는 논리"라면서 이 때문 에 "OPEC가 35달러 내외의 가격밴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가장 비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40달러 가량이라고 덧붙였 다.
OPEC가 가격밴드를 상향조정하려는 또 다른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고유가가 비석유 요소에도 크게 영향받는다는 점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과 나이지리아 석유 소요, 베네수엘라 및 노르웨이 석유파업, 그리 고 러시아 정정불안, 여기에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등은 OPEC와 `무관'한 변 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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