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의 전망대-②>'원화 국제화' 이번엔 제대로 할까
  • 일시 : 2005-06-07 07:23:43
  • <최기억의 전망대-②>'원화 국제화' 이번엔 제대로 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주 서울환시는 대체로 박스권에서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따라서 환시전망을 하기보다는 정부가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원화의 국제화'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도록 하자. ▲ 작고한 한 유명 국내 정치인의 말= 경제관료들의 영민함을 빗대어 "영혼이 없는 그들에게 새로운 것을 기대할 것은 없다"고 풍자한 정객이 있었다. 유능한 경제관료들은 정치가들이 비전과 꿈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찾아 헤맬 때, 책상 서랍에 또는 머릿속에 숨겨뒀던 오래된 자료를 '쓱' 꺼내들고 '원하시는 게 여기 있습니다'하고 건네준다는 비아냥이었다. 이 대목에서 앞뒤 모르는 정치가들이 경제관료들에게 감탄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에게 '원화의 국제화'도 그 중 한가지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90년대 초반 '신경제' 프로그램에 의해 OECD에 가입하는 샴페인을 터트리고, 당시 경제관료들을 비롯한 학계를 풍미했던 것이 바로 '원화의 국제화'였다. 이제 10여년이 흘러 다시 '동북아 금융중심'이라는 메뉴로 재포장돼 다시 나타난 것일까. 아무튼 오늘날 의료, 교육과 더불어 금융이 가장 핵심적인 서비스산업임을 감안하면 이의 육성 필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게 됐다. 지난주에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선보인 안을 보면 참여정부 초반부터 금융허브 전략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동북아시아위원회 등을 전전하다가 뒤늦게서야 추진주체가 재정경제부로 확정됐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2020년까지 멀리 내다보면서 추진하되 금융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 시기를 당초 2011년에서 앞당기자는 얘기였다. ▲ 다시 꺼내든 '원화의 국제화' 화두 =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외환자유화 중 관심사는 원화의 국제화이며, 원화의 국제화가 이뤄지더라도 수요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외환규제를 풀어도 외국인들이 원화를 보유하지 않을 수 있으며 외환자유화 시기를 언제로 앞당길지는 학계,전문가들과 신중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원화의 국제화와 관련해 외국인이 원화를 갖고 있으면 부동산 투기가 생길 수 있어 다소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하고, 특히 원화국제화와 관련해선 이성태 한국은행 부총재가 "취지엔 동감하나 자칫 환투기 등이 나타나면서 통화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금융시장의 안정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써 달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 원화 국제화란 =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라는데 원화의 국제화는 아직 깜깜한 상태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돈 자랑을 좀 하려고 해도 원화는 여전히 외국에서는 낯선 화폐로 취급된다. 한국인으로서 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원화는 아직까지 국제통화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제무대에서 결재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전세계 주요 거점에 겨우 500억원을 내보내 환전에 따른 불편을 덜어준 예가 고작이다. 원화가 언제쯤 한국땅을 벗어나도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지난 1993년 원화의 국제화 방안을 내놓고 일부 제도를 바꿔 외국인의 원화 보유를 확대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원화를 해외로 내가는 것만큼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1만달러 어치를 넘는 원화를 나라 밖으로 가져가려면 제약이 따른다. 지난 2001년 2차 외환 자유화 때까지 풀 수 있는 규제는 거의 다 풀었지만, 원화의 해외반출과 외국인이 원화로 돈을 빌리는 것만큼은 규제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환투기의 우려 때문이다. ▲ 여전히 쉽지 않다는 시각 많아= 원화 국제화는 어떤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할까.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외환거래 규모가 커져야 하고, 역설적인 얘기지만 외환자유화에 따라 환투기세력도 많아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현재 서울서 거래되는 하루 평균 외환거래액은 많은 날 100억달러 정도다. 싱가포르의 1일 외환거래액은 1천억달러, 홍콩에서도 670억달러 규모다. 국내총생산 대비 외환거래 비중에서도 한국은 고작 2.2%.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109%와 41%에 달한다. 현재 서울외환시장이 과거에 비해 커졌지만 아직도 극도의 '쏠림' 현상과 펀더멘털의 취약으로 인한 열악한 외환시장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 채권시장을 이렇게 방치해놓고 = 원화 국제화의 전제가 되는 여타 관련 금융시장의 발달 정도도 취약하다. 특히 채권시장이 그렇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서울채권시장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놓고 원화의 국제화를 운운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라고 비판한다. 외국 투자가가 원화표시 국채를 산다면 당연히 외환거래가 뒤따른다. 그러나 현실은 국채의 경우도 장기물의 턱없는 부족과 살 만한 회사채는 더욱 없다. 회사채를 포함한 채권물건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며 정비되어 있지 않다. 국내주식투자의 경우는 외국인이 50%를 육박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의 경우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원화 국제화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국제화에 따른 폐해가 이익보다 크지 않아야 하지만, 당국 일각의 외환자유화 큰 폭 실시로 인한 환투기 우려는 지나칠 정도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화의 국제화가 우리나라 경제가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원화의 국제화에 매달리기보다는 눈을 자유무역협정 같은 것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하는 쪽으로 돌려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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