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의 월요전망대-③> 리얼타임 언론보도와 서울換市
(서울=연합인포맥스) "돈 잃었다고, 중앙은행 개입 난데없었다고 탓하지 마라. 리얼타임 언론의 쌩뚱맞은 보도에 화풀이 마라".
가끔 모여 저녁을 먹으며 IMF 당시 서울외환시장 강호(江湖)의 고수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다.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중앙은행의 난데 없는 개입이나 리얼타임 언론의 난데없는 '숏' 혹은 '롱'에 편중된 것 처럼 보이는 기사 자체도 관리해야 할 하나의 리스크의 범주로 삼아야한다는 얘기인 것 같다.
언론에 종사한답시고 시장 관련 보도로 인한 책임을 면피를 위해 하는 얘기가 아님은 독자들도 잘 이해해 줄 것으로 안다.
▲ 서울환시 구경하려면 = 미디어를 통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환율 시세는 대체로 수급 등에 영향을 받지만, 오늘날은 결국엔 뉴스에 대한 반응의 결과물이다. 예컨대 수급 자체에 대한 정보조차도 뉴스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때 뉴스란 시장에 알려진 것 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다.
시장이라는 곳은 가만히 멈춰있는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생물체다. 이 곳에는 물론 오늘날 각종 금융 미디어들도 공생하고 있다. 이 금융미디어들은 직접적인 생산과 판매활동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뉴스의 공급과 전달을 통해 생산 활동의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다.
미디어들은 오늘날 외환시장의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자체도 이들 미디어들의 신세를 지고 더욱 살아 움직이게 되고 약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미디어들은 오늘날 외환시장을 읽고, 예측하고, 판단하는 대부분의 자료를 제공해주는 통로 역할을 해준다. 경제생활이 판단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사실 이 미디어의 활용기술과, 이에 대한 이해는 시장 이해에 앞선 ‘기본의 기본’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금융미디어들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상당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금융 언론미디어들이 자신의 속성과 메커니즘에 대해 투자가들에게 잘 홍보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관심 부족도 큰 이유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금융미디어의 속살을 조금 헤집어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기사에 대한 반응은 천차만별 = 뉴스와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매스미디어에 대한 인간의 수용태도와 인식,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장황해지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시장과 관련한 이야기에만 국한하기로 하자.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평소 자주 비유하는 '목탁론'이 있다. 자신의 살고 있는 집 옆에 사찰이 하나 있는데, 스님의 목탁 치는 소리와 염불소리가 밤낮으로 들려온다고 한다. 10여년전 처음 이사 와서는 엄청 짜증이 났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이 되어 자장가 같아졌다. 이 목탁소리가 안 들리면 오히려 잠을 못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총재 집을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은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 어떻게 사느냐고 의아해한다고 한다.
시장의 정보와 뉴스에 대한 반응 차이도 이와 비슷하다. 사람들마다 처한 처지와 포지션의 크기와 방향, 투자경험, 세계관, 인생관, 성격에 따라 동일뉴스라고 할지라도 수십 아니, 수 백 가지 행태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현실세계다.
독일의 '게슈탈트' 심리학파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본다'고 한다.
사실 좀 현학적으로 얘기하자면 각종 주변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정보에 대한 우리의 오감의 반응은 '우리의 편견과 자아의 확대'에 다름 아니다.
같은 뉴스이더라도 어떤 이에게는 절대 절명의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인 악재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딜러들의 경우 시장 뉴스에 대한 태도는 보통 두 가지 정도이다. 모든 뉴스에 민감한 쪽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아예 뉴스는 일부러 무시하고 시세 자체의 움직임과 챠트 정도만 보는 사람도 많다.
▲ 금융기자들의 속성 = 언론학자 라스키는 "기자란 아무리 흥분되고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의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제 3 자적인 시각으로 기사를 쓸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한다"고 한다.
그는 또 "기자란 팩트를 발견하면 기사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까를 기자 스스로 자의적으로 판단해 기사를 사장(死臟)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기사의 파장과 영향에 대해서는 기자가 미리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가 된 이후의 독자와 시장의 몫이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특정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는, 그가 설사 금융시장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1차, 2차. 3차반응을 미리 예단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오래된 언론보도 경험칙에서 나온 얘기다.
그렇다고 물론 무분별한 기사를 마구 써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러한 원칙에 따라 훈련되고 몸에 배어 있는 것이 금융기자들의 속성이다.
요즘 국내 리얼타임 금융관련 기자들은 거의 금융인에 가까운 전문성을 가지고 시장의 협조자일 때가 많지만, 여전히 감시자이면서 얄미운 폭로자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금융기자들 스스로도 '팩트 파인딩'의 1순위 임무를 어떻게 소화해 내야할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인 것 같다.
(연합인포맥스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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