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의 월요전망대-③> 외환당국이 '꾹' 참아서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상향 조정했다. S&P는 8월달 연례협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등급을 올리면서 이유를 설명하기를, 특히 원화 환율의 유연성 확대(Greater flexibility of the won exchange)가 강화되었다는 점이 이번 상향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국정부가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는 않지만 올들어 주요 무역 상대국가의 통화와 비교해 볼 때, 원화의 변동폭이 과거에 비해 증대됐다는 지적도 했다.
작년 10월말 1천140원선이 깨지면서 외환당국이 시장개입보다는 추세를 거스르지 않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주력하면서 달러-원 환율을 되도록 시장에서 결정하도록 한 것이 S&P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 '참아라..참아야 하느니라'= 외환당국이 시장에 함부로 나서지 않고 '꾹' 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최근 외환보유고의 증감에서도 숫자로 여실히 나타난다. 작년에는 한때 월중 100억달러 가량이 폭증하던 외환보유고가 올 들어서는 들쭉날쭉하지 않고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1,988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2월 2,012억 달러, 3월 2,046억 달러, 4월 2,055억 달러, 5월 2,052억 달러, 6월에는 2,041억 달러로 수평적인 흐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개입을 극도로 자제한 탓에 시장 자생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는 당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은 지난 27일 등급 상향 직후에 "우리 외환시장의 시장기능이 확대되고 자생력이 강화된 것은 올해들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다만 앞으로 시장 자체 저변이 넓어져서 불안정성이 더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더욱더 시장친화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태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도 "S&P가 금융구조조정이나 환율 유연성 등은 마켓 이코노미를 중시한 결과로 보이며 시장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을 펴면 민간의 위험이 결과적으로 통화 측면 등을 통해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 국장은 그러나 이러한 언급이 환율을 마냥 시장 원리에 맡겨놓는 것으로 해석될까봐 "외환시장을 존중하되 환투기나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막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러한 정책 자체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예상못했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이유= 이러한 분위기와는 별도로 국가 신용등급이라는 선물을 받아놓고, 선물 받은 이유를 설명 듣고 보니 개운치 않는 뒷맛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S&P가 국가 신용등급의 상승이라는 선물을 던져주면서 설명해준 이유가 우리에겐 다소 의외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정부는 신용등급을 올리려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화를 집중적으로 소구(所求)했는데,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이보다는 의외로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개입문제에 대해 평가를 좋게해 준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당초에 남북 경추위 12개 합의사항,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공동 기자회견 전문을 영어로 정리해 3대 신용평가 기관에 전달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었다.
이런 면에서 국제신용평가사는 향후 외환시장과 관련해 우리에게 상당히 새로운 차원의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같다.
이렇게되면 국가 신인도의 추가 상향을 고려해 앞으로 외환당국자들은 시장 친화적 외환정책을 지속해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웬만큼 출렁거려도 개입이라는 칼도 뽑지 못하고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를 끝없이 반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연합인포맥스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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