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의 월요전망대-③> 타이거우즈와 외환딜러의 위험관리
(서울=연합인포맥스) 외환딜러로써 서울외환시장이라는 전장터에서 10여년 이상 '서바이벌'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살아남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지난주에 서울환시에서 10여년 이상을 '성공한 외환딜러'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훌륭한 외환딜러를 모처럼만에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는 최근에 승진하여 본부장이라는 직책으로 전체 딜링룸의 운영을 책임지게됐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외환딜링을 하고 있기도 하다.
▲ '우리는 감성 딜링으로 간다' = 당연히 식사 중에 화제는 딜러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요즘 같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하도 답답해서 '우리는 감성 딜링으로 간다'는 전략 아닌 전략도 세워본다는 농담도 나왔다. 아침에 출근해서 공연히 기분이 언짢으면 조금 팔아보다가, 반대로 왠지 기분이 좋으면 좀 사보기도 한다. 매매판단의 기준이 '논리'가 아니라 '기분'이라는 얘기였다.
각종 언론 미디어 리스크, 정책 당국자의 오럴 리스크 등 예전에서 생각지도 않은 온갖 종류의 변수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서울환시는 좋게 말하면 아시아 어느 시장보다 다이내믹하고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특히 하루의 딜링이 끝나고 귀가하면 부인과 아이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보이는가가 대단히 어렵다는 얘기도 했다. 하루 중 딜링으로 흘린 피와 상처받은 모습과 얼굴을 집에까지 가지고 갔을 때는 가정마저 황폐화된다는 걸 깨닫고, 일과 가정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자 무척이나 노력한다는 고백도 나왔다.
퍼포먼스가 좋지 않더라도 얼굴 표정만이라도 좋아야하지 않느냐고 사람 좋게 웃으며 소주잔을 털어 넣는 모습에서 달관한 딜링의 경지도 엿보였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리스크의 관리가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토로에는 깊이 같이 공감했다.
리스크 관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비슷한 승부사의 직업인 프로 골프 타이거우즈 이야기로 넘어갔다.
▲ 외환시장처럼 골프세계도 영원한 승자란 없다= 타이거우즈는 지난 8월12일(한국시간 새벽) 제87회 미국 PGA 챔피언십에서 본선진출 탈락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난 뒤, 그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드라이브 샷이 잘 맞을 때면 아이언샷이 빗나갔고, 아이언샷이 괜찮다 싶으면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만약 인내심이 없었다면 큰 참사를 빚을 수도 있었다".
마음과 같지 않은 골프의 어려움을 독백처럼 한 것이었는데 자기의 부진에 대해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참을성과 인내심. 세월이 갈수록 리스크관리의 연륜은 깊어갔다. 실타에 대한 결정적인 '만회 샷'은 그만이 가질 수 있는 위기관리의 본보기였다.
외환딜러나 프로골퍼나 관건은 경기 운영에서 리스크관리의 탁월함이다. 상금이나 보너스가 걸려있는 프로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점수와 성과로 판가름난다. 골프에서 `퍼팅이 곧 돈`이지만 딜링에서는 거래 하나 하나가 곧 돈이다.
그린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숙여 아쉬워하고 있는 골퍼와, 딜링 스크린 앞에서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타들어가는 딜러의 모습은 동일하다.
매일 아침 스크린 앞에 앉아 전투를 준비할 때면 그린에 올라서는 프로 골퍼의 기분으로 퍼팅의 중압감이 느낀다.
리스크관리의 성공률의 편차는 기술적인 원인 못지 않게 심리적 원인에 있다는 이야기는 외환딜러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외환딜링 고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초가을 밤의 정취가 깊어갔다.
(연합인포맥스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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