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시 '오럴' 악령(惡靈) 되살아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진우기자= 최근 달러-원 환율이 급등락하고 있는 데는 외환당국의 불필요하고도 반복적인 구두개입성 발언이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25일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늦추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 지난 23일. 달러-원 환율은 8.8원이나 급락했다.
미 통화당국의 스탠스 변화 조짐이 빅 뉴스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때까지 달러화 강세의 주된 원인은 금리 인상에 따른 통화가치 상승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엔에도 같이 적용되는 얘기였다. 일본이 제로 금리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미 금리 인상 속도의 딜레이는 달러-엔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 23일 달러-원의 급락은 비교적 합리적인 이유에서만 촉발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직전 외환 최고 당국자의 2차례에 걸친 구두개입성 발언이 있었고 이 때문에 '오버슈팅'이 발생,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이 연출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2일 권태신 재정경제부 2차관은 "엔-원 환율이 정부가 시장개입을 판단해야 할 수준에 왔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전통적으로 100엔에 대해 1천원 수준 환율은 유지했는데, 지금은 870원까지 떨어진 상태"면서 "이 수준은 더이상 용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 차관은 이에 앞선 1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환율이 움직임이 급격할 때는 외환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강력한 개입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권 차관의 발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첫째 100엔당 1,000원 수준이 유지된 것은 불과 최근 1-2년에 불과하며 역사적으로는 이 비율이 지켜지지 않았던 시기가 훨씬 더 길었다는 점에서 어떤 근거로 소위 10대1의 비율을 '전통적'이라고 언급했냐는 것이다.
둘째 18일과 22일 발언 내용은 장세의 급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비슷한 데, 환당국은 아직까지도 어떤 구체적인 액션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 차관이 혹시나 '환율` 발언은 반복 그 자체가 오럴 개입이고, 시장은 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특성을 잘 모르는 데서 일어난 `헤프닝'이 아니냐는 얘기다.
당국자의 `환율' 발언은,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고무시키기 위해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경제` 발언과는 달리 통상 구체적인 액션을 전제로 매우 신중하게 외부로 알려지게 된다.
셋째 권 차관의 말과는 달리 이미 엔-원 환율은 21일부터 870원을 넘고 있었다.
더 시장이 어리둥절한 것은 권 차관이 '지금은 870원까지 떨어진 상태`라고 말한 22일이 엔-원 환율이 870원을 넘어 1주일래 가장 높은 수준에 있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권 차관의 발언이 시장 상황을 전혀 모니터링하지 않은 채 나온 얘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권 차관의 발언에 대한 이런 의구심은 심지어 외환실무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흘러나온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고 당국자로서 할 말은 할 수 있다"면서도 "장세가 변동되고 난 이후에도 같은 발언이 반복된 배경은 잘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올 들어 작년과는 달리 구두개입 하나하나가 상당히 신중하고도 여러 계산하에서 나왔던 것은 같은 데, 작년과 같은 구두개입의 `악령'이 되살아나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장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측면과 구체적인 액션이 뒷받침되는 않는 오럴의 남발은 당국의 권위를 떨어뜨려 환율 변동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개입비용 증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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