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눈덩이 경상흑자 부메랑…원화 절상론 득세>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막대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당국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거의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음에도 경상수지 흑자를 근거로 추가적인 원화 강세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개장초 1,030.10원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지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달러화 하락은 월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3월 경상수지 흑자규모 확대가 달러화 하락을 가중시켰다.
◇ 당국, 작년보다 늘어난 경상흑자에 부담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3월 국제수지동향을 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73억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같은 달의 63억달러보다 10억달러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분기별로 치면 흑자규모는 더욱 증가한다. 올해 1·4분기 경상흑자는 151억달러로 작년 1·4분기의 105억달러보다 50% 정도 늘었다. 현재까지만 보면 연간 799억달러로,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흑자가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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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당국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균형수준을 넘어선 경상수지 흑자는 대외적으로 외환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재무부 등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6.1%에 달하는 경상흑자를 근거로 지목하며, 외환당국에 고환율 정책을 수정하고 원화 절상을 용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분기 경상흑자가 151억달러로 역사상 1분기 중 가장 많은 흑자를 기록했다"며 "미국 재무부가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거듭 경상흑자가 과도하다는 부분에 대해 지적했는데, 당국도 공격적으로 스무딩오퍼레이션을 하기에는 대내외 시선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추정했다.
◇ 경상흑자에 기댄 달러화 하락기대 강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원 환율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 달러-원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민경섭 현대증권 연구원은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들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등 외환지표들은 환율 하락을 종용하는 듯 하다"며 "특히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등은 기대대로 유지되고 있어, 5월 중에도 달러-원 환율은 좁은 범위에서도 호시탐탐 하락시도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바클레이즈는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기존 전망치 655억달러보다 많은 73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달러-원 전망치도 함께 낮췄다.
바클레이즈는 달러-원 환율의 12개월 뒤 전망치를 기존의 1,050원에서 1,02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은 1개월, 3개월, 6개월 전망치도 기존보다 30원 정도 낮은 1,040원과 1,030원, 1,020원으로 각각 낮춰 잡았다.
일부에서는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기능이 약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전일 공개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금리, 주가, 환율 등 주요 경제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기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됐을 가능성에 주목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남북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요인으로 환율이 다소 신축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인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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