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엔저우려에 이견…"엔-원 800원도 무탈">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엔-원 환율이 800원까지 떨어져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으면서 외환정책을 두고 논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분석이 각종 연구기관은 물론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서 엔저를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꼽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또 엔저가 당국의 시장개입 근거로 작용한 만큼 외환정책 방향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한은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가 외환정책과 직접 연관이 없는 만큼, 당국의 외환정책 스탠스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 엔-원 800원도 영향 제한…엔저 우려 반박
한은은 3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엔저 위험요인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라는 분석을 통해 엔-원 환율이 100엔당 800원선까지 떨어져도 우리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0.35%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전기전자 분야는 0.79% 하락하고, 수송장비가 0.60% 내리는 등 대일 경합도에 따라 분야별로 영향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본적정성 등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위험도 미미하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엔저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는 면도 있지만,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쪽의 원가 절감 효과도 발생한다"며 "지난해 엔화가 25% 절하됐어도 기업의 수익성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엔저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달러-원 환율 변동 없이 달러-엔 환율만 변동하는 상황을 가정했다며 달러-엔과 달러-원이 모두 변동하면서 엔-원 재정환율이 하락하는 경우와는 결과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은 국내 여타 연구기관은 물론 정부의 인식과도 배치된다.
기재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4년 경제정책방향'은 물론 매달 나오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 등 주요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엔저를 우리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꾸준히 거론했다.
◇ 환율정책도 논란 가능성…당국 '선긋기'
외환당국의 한 축인 한은이 이러한 내용을 분석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당국의 환율정책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엔저 우려가 원화절상 속도 조절에 주요 논거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달러-원이 1,030원선을 테스트하고, 엔-원도 1,000원선 근처에서 거래된다는 점에서 당국은 물론 시장도 엔-원 환율에 민감한 시점이다.
은행권 딜러는"엔-원 환율이 하락해도 괜찮다는 것인데, 결국 당국이 원화의 절상도 용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이런 진단이 환율정책방향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한다는 당국의 스탠스는 전혀 변화가 없다"며 "해당 보고서는 외환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해당 보고서에도 환율정책 방향과는 무관한 분석이라는 언급이 들어가 있다"며 "당국의 정책 방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jwoh@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