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다국적기업들이 신흥국 등 국제 환율의 급등락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유럽시간) 보도했다.
이날 영국 주류업체인 SAB밀러는 작년 아프리카 랜드화의 급락을 비롯해 호주, 콜롬비아, 페루 등지의 통화 약세로 3월말로 끝난 작년 한 해 4억달러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영국 출산용품업체 마더케어 역시 러시아 루블화를 비롯한 각국의 통화 약세로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해외 판매량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율 변동성이 올해 수익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는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와 프록터앤갬블(P&G)을 포함해 롤스로이스 등 제조업체들까지 다양하다.
FT는 작년 신흥국 통화 급등락으로 많은 기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 유럽 기업들이 특히 환율 변동에 민감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일부 통화에 대해서는 최대 20%까지 급등한 때문이다.
BNP파리바의 파브리스 파머리 유럽 기업 금리 및 외환 담당 헤드는 "신흥시장 통화는 주기를 탄다. 환율이 움직일 때는 빠르게 움직인다"며 "기업들은 환율 움직임에 재빨리 움직일 수 없다면 헤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 재무담당자들은 그동안 주요 통화에 대해서는 헤지를 해왔지만, 변동성이 크고 유동성이 부족한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헤지를 거의 하지 못했다.
비용이 많이 들고, 헤지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은 등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주주들조차 기업의 환율 위험도 신흥시장 익스포저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필수 요소로 간주하는 점도 헤지에 방해 요소다.
HSBC의 데이비드 불룸 외환 전략가는 "만약 금 관련 기업을 산다면 금값 하락에 헤지를 하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당신이 (금값 상승을 기대해) 금 관련 기업을 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으로 수출하는 회사나 달러 상승으로 큰 수익을 버는 회사의 주식을 산다면 달러가 오를 것이라는 이유로 해당 기업을 사기 때문에 달러 하락에 헤지를 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만약 신흥시장 투자에서 모든 것을 헤지한다면 결국 수익은 선진국과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블룸 전략가는 꼬리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헤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캐피타 에셋 서비스의 데이비드 웨란 매니징 디렉터는 전통적인 헤지 방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각 상황에 맞춘 능동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활용해 온 대표적인 환헤지 방법은 선물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미래의 특정 시점에 환율을 현재 시점에서 정해두는 식으로 헤지를 해왔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미래의 환율을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접근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HSBC의 대런 스미스 기업 환율 전략헤드는 외환 전문가에게 헤징을 아웃소싱하는 '커런시 오버레이(Currency Overlay)'등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커런시 오버레이는 환위험을 기초자산이나 포트폴리오에서 분리해 관리하는 전략으로 외환 전문가에게 헤징을 아웃소싱하는 것을 말한다.
퍼머리는 환율 변동성이 낮은 상황에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을 들어 옵션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영국 출산용품업체 마더케어는 그동안 해외 매출에 대해 헤지를 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루블과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에 대해 헤지를 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