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동반성장 가능한 환율 수준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이어가면서 정부가 경제운용 원칙으로 내세운 내수와 수출 균형성장이 요원해 지고 있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적정환율 수준을 비롯해 구조적인 내수 부진 완화 방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경상흑자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대외 균형을 위해 내수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늘어가는 경상흑자…내수·수출 균형 '헛구호' 위기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흑자는 지난해보다 26억달러 늘어난 71억달러를 기록했다.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흑자는 222억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억달러 이상 늘었다.
문제는 대규모 흑자가 투자 등 내수 부진을 동반한 불황형이라는 데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각각 올해 수출 증가율(통관기준)을 각각 6.4%와 5.4%로 전망했다. 수출은 4월까지 3.5% 늘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수입은 이 기간 2.8% 증가에 그쳤다. 정부와 한은이 각각 올해 수출이 9.0%, 6.9% 늘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증가 속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내수 활성화 정책을 바탕으로 한 투자 등 수입 증가로 경상흑자가 줄어들며 대외 불균형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정부의 전망이 전혀 들어맞지 않는 셈이다.
◇'적정 환율' 논란 가중…구조적 진단 필요
심각한 수준의 대외 불균형은 결국 주요 거시변수인 환율에 대한 논란을 키울 수밖에 없다. 당장 주요 투자은행(IB)과 외환시장 참가자 등은 경상흑자 기조에 따른 원화의 추가 절상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거시경제 전문가들도 경상흑자를 고려할 때 원화의 적정 수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기경제연구본부장은 "경상흑자 완화책으로 원화 절상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만으로 내수 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경로 중 하나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적정 환율 수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환율 변동 속도조절의 의미는 있지만, 보다 낮은 환율 수준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경제를 운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지연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둔화 등의 구조적 요인을 환율 변수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울뿐더러, 기업의 수익률 악화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단적으로 지난해 1~4월에 비해 올해 평균환율이 30원 이상 하락했지만, 경상흑자는 오히려 72억달러 늘었다. 일정 수준의 원화절상이 경상흑자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조 본부장은 "근본적으로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줄이는 등 구조적으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도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물가 하락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고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며 "내수가 왜 살아나지 못하는지, 대응책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수에 방점 강조
정부도 경상흑자 수준이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내수 중심의 거시 경제 운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투자 및 소비활성화 대책, 규제 완화 등 정부가 기존에 내놓거나 추진 중인 조치들의 효과가 가시화하면 대외 균형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를 유지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투자가 더 이뤄지면 수입이 늘어나는데 그런 게 아직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경상흑자가 여전히 크다"며 "정부는 내수에 더 방점을 두고 경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 등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또 규제완화 드라이브도 걸고 있는 만큼 투자 확대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경상흑자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투자 위축에 따른 자본재 수입 부족으로 볼 수 있다"며 "경상흑자 자체를 줄이려는 액션을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내수 회복에 방점을 둬서 체감경기를 개선하고 적정한 수준의 경상수지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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