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추격성장, 남한과 경제협력이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판호 기자 = 북한이 남한과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는 추격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최지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전문연구원은 30일 발표한 '북한 경제의 추격성장 가능성과 정책 선택 시나리오'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 등은 국제연합(UN)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1인당 소득이 남한의 2.5~5.6%에 불과하다며 남북한의 소득격차가 통일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미 2000년대에 '단번도약론'을 제시하고 제한적인 개혁과 개방 정책을 시도했으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경제의 추격성장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남북한간 소득격차를 줄여 통일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추격성장이란 산업, 또는 국가차원에서 후발자가 선발자의 기술, 또는 1인당 소득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며,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선발자의 수준에 이르는 것을 '비약', 또는 '단번도약'이라 한다.
추격의 패턴은 경로추종형, 단계생략형, 경로창출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이러한 패턴 에서 비약, 혹은 단번도약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교수 등은 북한 경제에 적용 가능한 정책옵션을 검토했다.
먼저 ▲중국 복건성은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대만으로의 수출 확대와 화교 자본의 급속한 유입으로 1인당 소득이 1980년부터 9년간 중국의 평균대비 75%에서 105%로 증가했다.
대만 화교의 70% 정도가 복건성 출신으로 복건성과 대만과의 관계가 남북한과 유사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복건성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남한과의 무역 및 남한 직접투자(FDI)의 유입이 확대되면 북한 지역의 추격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 등은 또한 소수의 전문인력으로 IT서비스업에 진입한 ▲인도도 후발자로서 추격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인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IT서비스 수출을 토대로 제조업 성장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업 주도의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IT서비스업 수준은 제조업의 주문자 위탁생산(OEM) 수준이지만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되면 제조업의 자체상표생산(OBM) 단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 등은 더불어 ▲모잠비크 등 몇몇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지하자원 수출로 얻은 자금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에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북한이 약 6조달러 내외의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어 이와 같은 추격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다, 북한의 낙후된 전력시설에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차세대 산업의 선발자로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정책 옵션은 북한의 체제전환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이 현재와 같은 개혁·개방 정책을 점진적으로 이행하면 통상적인 추격성장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식의 '개방형 시장사회주의'로 이행하면 중국 복건성, 인도의 모델을 적용할 수 있고 남북한이 통일되면 세 가지 옵션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이 교수 등은 북한이 추격성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남한과의 무역 및 FDI 유입 확대, 남한의 기술 및 국제적 연결망 활용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복건성 모델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는데다 아프리카 모델은 북한에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도입해 산업의 선발자로 도약하는 기회를 주는 등 우리 경제에도 많은 시사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원은 "북한이 최소한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거나 남북한이 통합되는 시나리오 하에서 남한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남북한 교류가 활성화됐을 때 단기간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게 주요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p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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