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병 외자운용원장 "변동성 낮은 장세, 조심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채선병 외자운용원장은 뿔테 안경을 끼고, 남색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차림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고 신중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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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병 외자운용원장>
"혹시…파마하셨어요"
마지막 질문을 접어놓고 이렇게 물었다. 그제야 채 원장은 고수머리를 손으로 쓸면서 "제가 소싯적엔 그래도 자연스러운 웨이브였는데. 요즘 더 곱슬곱슬해진 거 같아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익숙한 질문이라는 표정이다.
3천600억달러가 들어찬 외환보유고 곳간 열쇠를 쥐게 된 채 원장. 공적자산을 운용하는 외자운용원장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게다가 외환보유액은 최근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금, 위안화 등 자산 구성의 다변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앞으로 외환보유액 운용에서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부분을 묻자 채 원장은 '낮은 변동성'이라고 답했다.
"변동성이 낮은 장세에서는 안심하게 돼요.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곳에 투자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양적완화 기조가 한풀 가라앉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불러올 파장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중한 대응뿐 아니라 때로는 빠르고, 고집스러운 결단도 필요한 시점이다. 안정적인 외환보유액 운용을 위해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는 채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낮은 변동성은 안정적인 외환보유액 운용에 유리한 조건 아닌가
▲세계 경제전망이 완만한 경기 회복 쪽으로 강한 컨센서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안정적으로 보일 때 우리가 모르는 크랙(Crack)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도 변동성이 낮은 장세가 나타났다. 대부분 안정적이라고 판단했지 리스크가 잉태되고 있는 것은 몰랐다.
-올해 하반기에 주로 염두에 두는 이슈인가
금리가 낮고,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낮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 어떤 이벤트를 계기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 미칠 영향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봐야 한다.
변동성이 낮은 장세일수록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리스크는 기회일 수도 있고, 큰 위험요인일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수익을 내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한참 전부터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시그널을 주는 것도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가속화되는데 금리 정상화 속도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와 차이가 있다면 시장이 요동칠 우려도 있다.
작년 5월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전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시장이 요동친 일과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낮은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 일 등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금리 인상이 외환보유액에 미칠 영향은
▲외환보유액은 채권 비중이 많아 금리 수준은 절대적으로 영향이 크다. 채권 투자자입장에서는 금리 낮으면 쿠폰 이자 수익도 낮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투자 전략 다변화와 국제금융시장 분석 역량을 키워야 한다.
-통화별 비중을 조정할 계획은
▲다른 중앙은행과 달러 비중은 큰 차이가 없다.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통화별 비중을 정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미조정하기도 한다. 큰 흐름이나 운용 기준은 단기적으로 그대로 간다.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운용원칙을 돌아보는 것이다. 유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이는데 지금 방식이 부합한지도 점검하겠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옛날에는 정부채면 무조건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그런 측면도 있다. 유동성 확보도 다를 수 있다. 유동성과 안정성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은 어느 정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수익성을 위해 시도하는 게 다변화인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은은 앞서서 다변화를 많이 했다. 상품 측면에서 추가로 투자할 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다변화된 상품들에서 자산배분 방식이나 시장 상황에 맞는 대응 등을 유연하게 효과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선진국의 국제,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역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아시아시장 투자에 대한 전망은 어찌보나
▲중국은 2012년부터 투자하고 있고, 다른 아시아시장은 성장가능성, 펀더멘털 등을 보며 스터디 중이다. 현재로서는 투자 계획은 없다.
중국 위안화 투자 성과는 괜찮았다. 그렇게 본다. 중국의 세계적인 위상, 성장 가능성을 볼 때 지금까지는 타당했다. 물론 이는 앞으로의 투자 계획과는 별개의 문제다.
-스위스중앙은행과 최근 워크숍을 했는데
▲자산배분, 리스크관리, 결제 등에 대해 두루 의견을 나눴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안하고 우리가 하는 분야가 있다면 위안화 투자다. 스위스중앙은행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한국시장에도 투자하니까. 한편 스위스는 주식투자를 직접 한다. 외환보유액의 주식 비중이 작년말 기준 15% 수준이다.
-주식직접 투자, 외자운용원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보면
▲우리도 참고할 수는 있다. 다만, 자산배분 방식의 차이가 있어, 리스크 관리 면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KIC나 민간 금융기관 등 위탁 비중을 줄이고 자체 운용역량을 키우는 것은
▲외부 기관이나 자산 운용사에 운용을 맡길 때 운용의 전문성을 상당히 중시한다. 내부역량이 높아지면 외부역량을 활용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방향을 정하지는 않았다.
-외자운용의 큰 흐름에 변화가 있다면
▲큰 흐름은 여전히 다변화다. 그러나 위기 겪으면서 다변화 효과가 잘 발휘됐는지 점검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기대대로 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 하위 상품의 자산배분을 뭘로 할지도 봐야 하고, 자산배분 기준을 리스크 팩터 기준으로 하는 것 등은 계속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외환보유액이 계속 사상최대였다. 부담은 없나.
▲채권 쿠폰이자 등으로 운용수익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달러화 환산액으로 표시되다보니 통화가치에 따라 늘기도 한다.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주어진 자산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환시개입이나 기업 대출 등에 쓰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나
▲정부는 정부 나름의 정책 목적이 있을 것이다. 드릴 말씀이 없다.
-외환보유액이 그동안 증가했지만 줄어들 일도 대비해야 할텐데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은 부담이다. 그런 상황이 안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간의 수익률이 높았지만 수익률에 대한 기대수준도 낮춰야 한다. 기대 수익률이 높다면 과도한 리스크를 져야 할 수도 있다.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 한 말씀
▲한은 입행 후 보유액 운용과 국제국 업무를 많이 해왔는데 외자운용원장이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외자운용원도 투자자산 다변화와 자산 배분, 투자 실행 업무 프로세스, 직원들 전문성 등이 높아졌다.
시장 상황이 참 어렵다. 최종적 대외지급수단으로서의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외자운용원이 더욱 신뢰받고, 직원들도 역량을 잘 발휘했으면 한다.
채선병 신임 외자운용원장은 지난 1981년 한은에 입행한 후 외화자금국, 국제국을 거쳐 외자운용원 투자운용원장, 운용팀장, 운용기획팀장, 리스크관리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뉴욕사무소장으로 근무한 후 올해 4월말 외자운용원장으로 선임됐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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