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하던 수출전선 이상징후…갑자기 왜>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지난 3·4분기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하는 등 이상 조짐을 나타냈다. 그동안 해외 생산기지 구축과 가공무역을 통해 대폭 늘려왔던 대기업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등 경제전문가들은 27일 통관기준 수출 지표는 아직 양호하지만, 가공 및 중계무역의 부진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실질적인 수출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 및 정책적인 가공무역 비중축소, 중국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은 우리 수출에 적지 않은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 탄탄하다던 수출, 금융위기 후 최대폭 감소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3.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수출은 전분기대비 2.6%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해서는 2.1% 증가에 그쳤다. 수출 감소로 제조업 성장률도 마이너스(-) 0.9%로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수출 기반 제조업은 부진한 내수를 만회하는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최근까지도 내수보다 수출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 통관상 수출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증가했다. 3분기 전체로도 전년 동기대비 3.9% 늘었다.
한은은 통관수출이 양호한 반면 GDP 통계상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등에서 부진한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공무역은 국내 기업이 해외 가공업체에 원재료와 중간재 등을 제공하고 국내로 반입하거나 판매하는 거래를 말한다. 주로 반도체 등이 이런 형태로 운영된다.
기존 통관통계에서는 원재료와 중간재 등이 수출로 잡히지만, 한은이 올해부터 도입한 국제수지의 새로운 국제기준(BPM6)에서는 소유권이 이전되는 가공품의 해외판매 시점에 수출로 계상된다.
스마트폰 등에 주로 해당하는 중계무역은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해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곧바로 수출하는 거래다. 당초 중계무역 이익은 서비스수출로 계상됐지만, 새 기준에서 상품 수출로 잡힌다.
이에 따라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이 통관수출보다 국제수지 및 GDP 통계상 수출규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통관수출과 국제수지상 수출 차이는 GDP의 4.4% 규모에 달했다.
◇ 확대되는 해외생산…中리스크에 '흔들'
한은은 점차 확대되는 해외 생산을 감안할 때 통관기준보다는 국제수지상의 수출이 국내의 경기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기준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준은 18%에 달했다. 스마트폰과 휴대폰은 80%가량이 해외에서 생산된다. 자동차는 2013년 기준 47.6%가 해외에서 만들어졌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통관수출로는 경제 전체의 실상을 파악하기 곤란하다"며 "수출 동향은 국제수지상 통계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공 및 중계무역을 포함한 수출 상황이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제한조치를 강화하는 등 가공무역 비중을 줄이고 있다. 중국 가공무역 비중은 지난 2008년 41.1%에서 올해 상반기 31.6%까지 줄었다.
대신 독립 채산형 현지법인 형태를 선호하면서 외국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모든 생산활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안반도체 공장 등이 현지법인 거래로 전환된 사례다. 이 경우 현지 법인의 배당 등으로 본원소득수지는 개선되지만, 국제수지상의 수출은 악화하고 GDP도 축소된다.
한은은 중계무역도 부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품목인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 및 중국 업체의 빠른 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내년 9.3% 성장하는 데서 오는 2016년에는 4.5% 성장으로 성장률이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중국산 저가제품의 시장 확대 등으로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37%에서 올해 상반기 33%로 악화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수출이 갑자기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하진 않지만, 낙관적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특히 중국 기업과의 경쟁력 차가 좁혀지고 오히려 역전된다면 수출 감소세가 가팔라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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