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율전쟁' 가담…외환당국 '예비적 공포' 경계>(재송)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우리나라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질서와 안보 등 주요 이슈를 이끄는 'G2' 국가인 중국마저 환율전쟁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주말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형태로 사실상 글로벌 '환율전쟁'을 선포했다.
일본이 무차별적인 양적 완화로 엔저를 유도하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및 IT 부문에 1차 충격을 줬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까지 위안화 절하에 나서는 방법으로 환율전쟁에 발을 담그면 수출산업뿐 아니라 전체 산업계가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에 대한 타격이 가시화되면 거시경제운용 전반에 대한 수정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나라 외환 당국은 표면적으로 중국의 금리 인하 조치를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해석하기보다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적인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 당국 "환율전쟁 아냐"…예비적 공포 차단에 주력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23일 "중국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렸으나, 이는 위안화 절하를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에 대한 대응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글로벌 외환시장도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며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달러인덱스가 상승했으나 이는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이러한 진단은 중국의 금리 인하를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확대해 해석하면서 미리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서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도 "중국은 자율변동환율제가 아니므로 굳이 통화정책으로 위안화 절하를 유도할 필요가 없다"며 "아직 중국 조치의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미리 한국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겁먹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도 위험자산 선호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이나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가운데 쏠림 심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환율전쟁에 중국도 사실상 가담
금융시장도 당국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하 자체를 중국 통화정책의 본격적인 전환으로 해석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을 위주로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에 사실상 가담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일본과 유럽 등이 잇따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등 환율을 무기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상황에서, 중국의 금리 인하도 선진국의 대응에 따른 위안화의 상대적인 강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ADM 인베스터 서비스의 마크 오스왈드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의 조치가 엔화에 대한 위안화의 급격할 절상과 관련이 크다"며 "지난 주말 중국 재정부부장은 중국 경제가 '고통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한국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화를 비롯해 글로벌 환율 변동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의 금리 인하는 국내 경기부양에 주된 목적이 있으나,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연계돼 위안화 환율 등 여타 부분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환율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타 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며 "향후 중국의 금융개혁 조치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한국경제에 먹구름…통화정책 등 대응방안 주시
자국통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키는 경쟁에 중국까지 본격적으로 가담하면 한국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환율 등 대외적인 여건에 더욱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노무라는 "엔저로 인한 한국의 피해가 일부 산업에 그치고 있지만, 한국의 최대교역국인 중국까지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정책을 펴면 한국이 전 산업부문에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금융시장에서는 벌써 원화의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대응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금리 인하는 경기둔화를 방어해야 한다는 부분과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중국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함께 작용했다"며 "일본에 이은 중국의 통화정책 전환은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의 통화완화와 환율 약세 요인이란 점에서 한국경제에 주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에 경기둔화를 확인한 이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중국이 서둘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추가 통화완화를 닫아두기에는 이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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