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1998년 원화 닮은꼴…원화,지금은 엔화보다 강해>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러시아 루블화가 곤두박질하면서 지난 1998년과 같은 신흥국의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우려에도 루블화 폭락을 막으려는 금리인상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조치와 흡사하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와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외화자금 이탈 등에 대한 불안감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산가치를 대표하는 원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와 달리 초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전혀 다른 행보다. 특히 한국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 루블화, 외환위기 당시 원화와 닮은꼴
러시아 중앙은행(CBR)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CBR은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6.5%포인트나 올렸다.
최근 국제유가 폭락 등으로 러시라에서 경기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상한 것은 루블화의 폭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경기보다는 생존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러시아 루블화는 12월 들어 보름여 만에 미국 달러화에 대해 무려 26.15%나 절하됐다. 또 러시아의 5년만기 CDS 프리미엄은 16일 뉴욕금융시장에서 568.80bp까지 치솟았다. 지난 11월 말의 317bp에서 250bp 이상 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루블화 폭락과 이를 차단하기 위한 극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은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한국의 대응방식과 비슷하다. 러시아의 금융불안이 제2의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로 번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원화 초강세…안전자산인 엔화·스위스프랑보다 강세
그러나 지난 1998년 외환위기에 시달렸던 한국의 원화 움직임은 다른 신흥국 통화와 차별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12월 들어 글로벌 안전통화로 대표되는 일본 엔화나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도 더 높은 절상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연합인포맥스의 통화별 등락률 비교를 보면 원화는 12월 들어 미국 달러화에 1.88% 절상됐다. 달러-원 환율은 서울외환시장 종가기준으로 11월28일 1,107.90원에서 전일 1,084.80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는 1.74%, 스위스프랑도 0.68% 절상되는 데 그쳤다. 반면 호주달러나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3.43%와 3.16% 절하됐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러시아발 금융시장 불안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자극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엔저현상이 조정을 받고 있으며, 달러-원 환율도 달러-엔 환율에 연동하는 현상으로 하락세를 전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5년만기 CDS 프리미엄도 56bp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11월 말의 50bp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수준이나, 일본의 CDS 프리미엄 65.37bp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 신흥국내 차별화 vs 안전자산 예단 일러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듯 러시아발 우려가 한국의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급락으로 촉발된 위험기피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경기전망과 CDS 프리미엄의 안정성이 높은 미국과 아시아가 긍정적이며, 특히 한국과 인도 등이 차별화된 매력도를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러시아의 금융불안은 신흥국 내 양극화 현상의 전형"이라며 "일부 신흥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거시안전성 부각에 힘입어 외국인의 원화자산 선호현상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러시아의 금융불안이 유럽 등으로 확산될 경우 안전자산으로서 원화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0일부터 6영업일째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 이코노미스트도 "상대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받는 신흥국의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탈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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