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베팅', 엔·원 동조화의 숨은 힘>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달러-원 환율과 달러-엔의 동조현상 이면에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참가자들의 포지션 베팅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지난해 달러-엔 환율이 상승하는 시점을 필두로 달러화 매수를 확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매수 포지션을 쌓았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을 기준으로 설정된 포지션이 막대한 만큼 엔화 등락에 맞춘 역외의 포지션 조정도 이어지면서, 달러화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와 동조화된 움직임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1일 역외의 달러 매수 포지션이 작년 말과 올해 1월에 추가적인 롱스탑 등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달러-엔 하락시 달러-원 환율도 하락하는 '안전자산'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엔 급등에 역외 금융위기 이후 최대 '롱'
한국은행이 전일 내놓은 '2014년 외환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역외는 연간 기준으로 총 234억5천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007년 339억달러를 순매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역외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지난 2011년에도 145억달러 가량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달러 매수 베팅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역외의 달러 매수는 달러-엔이 100엔선 부근에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3.4분기부터 집중됐다.
특히 일본은행(BOJ)의 기습적인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도입된 직후인 11월에는 한 달 만에 127억달러를 사들였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달러화가 한 달 만에 130원 정도 급등했던 지난 2011년 9월 당시 135억달러 순매수 이후 최대 규모다.
역외의 달러-엔 동조화 베팅의 강도가 그만큼 강력했다는 의미다.
◇연말부터 롱처분…원화의 안전자산화는 '필연'
기록적 수준의 역외 엔-원 동조화 베팅은 원화가 엔화처럼 안전자산의 범주로 움직이는 결과를 낳았다.
역외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매수 이후 12월에는 50억달러 가량 매도 움직임을 나타냈다. 역외 롱처분의 준거는 단연 달러-엔의 반락이었다. 달러-엔은 12월초 121.84엔에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 조정에 돌입해 연말에는 119엔대에서 마감했다.
역외의 롱처분 움직임에 달러화도 12월초 1,121.70원에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국제유가 급락 및 러시아 금융위기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고,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2조3천억원 이상 순매도에 나섰음에도 달러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락세를 탔다.
올해 1월에도 달러-엔 반락과 이에따른 역외 롱처분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강화에도 달러화가 하락하는 현상은 유지되고 있다.
달러화는 연초 1,111.70원선까지 반짝 상승한 이후 이날 1,080원대 중반까지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딜러들은 역외의 여전한 달러-엔 동조화 베팅 포지션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같은 원화의 안전자산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지난해 말에 이어 연초 추가적인 롱처분으로 역외의 포지션도 다소 가벼워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롱포지션이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을 반영하기보다 달러-엔 반락시 하락 등 엔화에 연동되는 흐름이 지속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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