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불황형 흑자…거시정책은 '천수답'>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도 대외수지의 흑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징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증가율이 정체된 가운데도 사상 최대치 규모로 늘어났다. 올해도 1월 무역수지가 수입 급감 영향으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는 등 대외수지 흑자는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대외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정부도 경상흑자를 관리할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마땅치 않다.
정책 당국은 결국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산업구조 개혁으로 내수를 살려 대외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불황형 흑자를 장기간 방치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재정확대와 추가적 통화완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먹구름에도 경상흑자는 사상 최대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4년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흑자는 894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11억5천만달러를 80억달러 이상 상회하는 역대 최대치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의 6.3~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규모다.
1월 무역수지는 올해 대외수지 흑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점을 예고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55억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통상 1월 무역수지는 원유수입 증가 등으로 적자를 기록하거나, 흑자폭이 미미했지만, 올해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11% 이상 급감하면서 흑자 규모도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수출(국제수지 기준)은 연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이 급감했던 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적이 뒷걸음질치면서 거시경제 정책 당국의 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당시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주력 업종 중에서 반도체 등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도전받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수입의 감소 현상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수입은 1.3% 감소했다. 지난 2012년 0.7% 감소와 2013년 3.4% 감소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불균형 조정책 '천수답'…불황형 아니다 주장도
대외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최 부총리도 과도한 경상흑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내놨지만, 현실적인 정책 수단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외화대출(외화온랜딩) 등 외화 수요를 살릴 수 있는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증적인 요법이란 한계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도 결국은 구제개혁 등을 내수가 활력을 회복하는 것 외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상흑자는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의 조치를 통해 수요가 살아나면서 줄어들어야 하는 부분이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확대와 필요시 추가적인 통화완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크긴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민간소비가 상반기보다 부진한 등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데 따른 불황형 흑자로 보는 것이 맞다"며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인데, 당장은 악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결국 잠재성장률을 깎아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고, 이미 조달비용이 낮은 만큼 투자유발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금리도 추가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소비 개선을 통한 투자의 점진적 회복 유도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은은 수출입 부진 및 대규모 대외수지 흑자가 국제유가 하락 등 가격요인에 따른 것이지, 불황형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물량 기준 수출입은 증가하고 있고, 소비재 수입도 12월에 10% 증가했다"며 "불황형 흑자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은 다른 관계자도 "수출입의 둔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1월 경제전망에도 반영한 상황"이라며 "수출입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