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시개입' 비난하던 IMF, 칼날 무뎌진 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를 계기로 서울외환시장에서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 강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당국의 환율정책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IMF가 기존과 다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 IMF, 한국의 환시개입 등 환율정책에 스탠스 변화
브라이언 애잇큰 단장을 대표로 하는 IMF 협의단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외환당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애잇큰 단장은 "환율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거시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한국 당국의 환시 개입 여부, 개입 횟수 등에 대해서 IMF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의 개입 관련 활동은 급격한 쏠림현상 등에 따른 완화를 위한 스무딩"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봤을 때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활동은 IMF의 정책기조와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IMF의 초점은 일방향으로의 개입이 장기간 일어나는지, 시장의 자연스러운 작용을 방해하는지 여부"라며 "최근 여러 지표들을 봤을 때 이러한 일방향으로의 개입을 전혀 관측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해 IMF가 한국에 대한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환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내용이다.
지난해만 해도 IMF는 "원화는 2~8% 정도 완만히 저평가됐지만, 최근 경상흑자 확대로 볼 때 원화 저평가 수준은 8%에 더 가깝다"고 지적하면서 "시장 개입도 원화가 절상되는 때 더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 IMF 태도변화 이유는…환율전쟁에 원화는 상대적 강세
이처럼 IMF의 평가가 바뀐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원화가 다른 통화와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기조를 전개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이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한발 비켜 서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까지 나서서 자국 통화를 절하시키기 위해 통화완화정책을 사용하는 등 환율전쟁에 가담하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작년 1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지난 1년 동안 원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2.14% 절하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유로화와 엔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각각 16.21%와 13.00%나 절하됐다. 아시아 통화인 싱가포르 달러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5.63%와 7.85% 절하됐다.
지난해 원화 절하폭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상대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원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즉 글로벌 달러 강세가 원화 절하에 주된 이유로 작용한 데다 원화 절하율이 다른 통화보다 적어, IMF도 원화 절하를 위한 환시개입에 대해 내놓고 비난하기가 쉽지 않았던 셈이다.
경상수지 흑자규모에 대해서도 한국의 특수성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6일 "한국은 경상수지 통계를 발표하면서 IMF의 새로운 통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가공무역 등 특수성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경상수지 흑자가 당초 70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가공무역 계상 등 IMF 기준을 적용하면서 연간 경상흑자가 92억달러 정도 추가로 늘어났다.
당국은 IMF의 환율정책에 대한 스탠스 변화에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그동안 기재부 등 당국이 주장했던 논리에 IMF가 일정부분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과거 IMF 연례협의 때마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의 높은 개방도 등을 고려할 때 환시개입은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는 유용한 수단이며, 시장 개입도 제한적인 스무딩에 국한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IMF의 태도변화는 당국의 스무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국이 엔화 약세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는데, IMF 등의 눈치를 덜 보면서 엔저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생기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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