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러·엔 우산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모든 통화스와프와 마찬가지로 한일 통화스와프도 금융·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측면만을 놓고 접근해야 한다. 정치적인 이슈와 경제적인 이슈는 분리해서 고려하는 게 맞다"
지난 2012년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문제가 독도문제 등 경제외적 이슈로 여의치 않았을 때 당시 외환 당국의 수장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기획재정부는 오는 23일 만기 도래하는 한일 통화스와프도 연장하지 않기로 일본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정치적인 요인은 고려되지 않았으며, 경제금융 관련 상황만 놓고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금융협력과 금융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다양한 국가들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던 당사자가 정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정부의 평가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외환보유액만으로 외환시스템의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거시건전성 조치와 통화스와프 확대를 추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더욱 그렇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에 대한 불신을 한순간에 해결해준 것도 한미 통화스와프였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한국경제에 안정을 보장하는 이른바 '달러 우산'을 씌워준 덕분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스위스중앙은행(SNB), 캐나다중앙은행(BOC)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체결한 통화스와프를 오히려 상시화했다. 자국통화로 언제든지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선진국마저도 통화스와프를 통해 미국 달러화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만기로 기축통화국과 맺은 통화스와프는 모두 없어졌다. 기축통화국과의 연결고리마저 사실상 끊어진 셈이다. 한중 통화스와프가 있다고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달러다.
경제적인 관점만 놓고 통화스와프를 종료했다는 정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외환보유액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평상시 들어두는 보험과 비슷하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국내에서 고금리로 조달해 해외에서 저금리로 운용하는 관계로 이차손실이 불가피하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지난 2013년에만 6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누적손실은 40조원대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통화스와프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보험이다. 신흥국통화인 원화의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기축통화국인 미국 및 일본 등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다. 정부가 위기를 대비하는 보험 차원의 통화스와프를, 그것도 지금은 경제상황이 괜찮다는 이유로 해지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정책금융부 외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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