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농구 스타까지 당하는 선물 투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선물 투자로 고수익을 약속해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유사 수신업체가 금융감독원과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선물 투자는 증거금의 몇 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어 속칭 '대박'이 가능하다. 반면 이런 특성 때문에 투자자들을 현혹하기 쉬우며, 선물 투자와 관련된 사기를 당하거나 큰 손실을 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선물 관련 대규모 손실·사기 잇따라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FX마진(해외통화선물) 거래를 통해 18개월간 투자 원금에 따라 월평균 3~8%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선전하고 자금을 모집한 유사수신업체 '맥심트레이더'가 검찰에 적발됐다.
맥심트레이더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계속 끌어들이게 했다. 또 나중에 유입된 투자자의 자금을 앞서 들어온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나눠주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몇 년째 유사수신업을 지속했다.
이처럼 선물 거래로 고수익을 약속하는 사기를 당한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농구스타 현주엽이 있다.
현씨는 선물 투자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삼성선물 직원 이모씨에게 속아 약 17억원의 손실을 본 후 삼성선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삼성선물이 직원의 사기행각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소송금액의 약 절반인 8억7천만원가량을 배상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씨는 중·고교, 대학 동창인 황모씨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았으며 이씨는 삼성선물을 통해 선물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다른 투자자에게 끌어모은 돈으로도 선물 투자로 손실을 보자 현씨의 자금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선물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예다.
그는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을 당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선물·옵션 투자로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린 후 돌려주자 신뢰를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그룹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돈 465억원을 국외로 빼돌려 김 전 고문을 통해 선물·옵션에 추가로 투자했지만 1천억원대의 투자 손실을 봤고, 횡령 혐의로 지난해 징역 4년이 확정됐다.
◇'투자'인가 '투기'인가
이처럼 선물 거래와 관련해 대규모 손실이나 사기가 잇따르는 것은 레버리지 효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선물시장은 투자 헤지 목적으로 운영되면 순기능이 많다. 그러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로 고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투기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상황이다.
선물거래는 미래에 사고팔 상품을 현재 시점에 정한 가격으로 매매 계약을 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싼 가격에 사고 비싼 가격에 팔면 이익을 볼 수 있다.
가격 변동 폭이 클수록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한탕'을 노린 투자자들이 유혹되기 쉬운 시장이기도 하다.
일례로 코스피200지수 선물은 12% 증거금만 내면 거래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약 8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그 효과는 배로 확대된다. 원자재 등을 기초로 한 상품선물은 작게는 10~15배, 많게는 50배까지 레버리지를 올릴 수 있다.
레버리지와 변동성을 이용해 고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2년 FX마진 거래에 약 5천억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1천5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다만 김 대표는 FX마진 거래와 관련한 충분한 지식과 통화 방향성에 대한 예측력을 갖춘 흔치않은 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대표는 개인 투자라기보다는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FX마진 거래에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인은 그렇게 투자하기 어려우며, 특히 국내에서 인·허가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투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업체에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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