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율 택한 당국,가계에 부채의식 가져야
  • 일시 : 2015-03-16 14:28:51
  • <기자수첩> 환율 택한 당국,가계에 부채의식 가져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뜨리면서 가계만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시장은 한은과 정부가 수출을 지탱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도 상대적인 원화절상을 방어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됐다. 수출이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MB정부가 수출대기업을 지원하며 이른바 '낙수효과'로 윗목까지 따뜻해질 것이라고 목청을 돋우던 경제 인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책당국이 국민에 부채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 탓에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또다시 가계만 희생양으로 삼았다. 가계부채라는 막대한 리스크를 지고 환율방어를 선택한 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려면 한은과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최저 임금 상향·청년 일자리 등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나서 기업의 부가 가계로 이전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인세 인상까지 포함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은도 논리 못대는 1%대 기준금리

    한은은 성장과 물가 등 경제지표가 기존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보여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와 소비 등의 개선 효과를 자신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심지어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막대한 가계부채가 소비를 구조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은은 지난달 12일 금리인하만으로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금리인하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금리인하 당일 발표한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국내 경기는 저유가 등으로 개선되겠으나 구조적 요인이 소비를 제약하면서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대표적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으로 고령화와,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을 꼽았다. 금리인하로 고령화 등이 개선될 리는 만무하다. 반면 가계부채는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구조적 소비 제약'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한 일관된 논리를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지난해 3분기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2천781조원으로 가계부채 약 1천100조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금리인하로 이자부담이 완화되는 가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자소득이 더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투자 및 가계 소비 측면에서 큰 이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결국 '환율' 선택…MB실패 되풀이는 안 될 말

    유력한 금리인하의 논거는 결국 환율이다. 이주열 총재도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부담이라는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일부위원은 "엔저 부작용을 더는 간과하기 어럽다"는 등 환율방어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원화절상 방어는 양날의 검과 같다. 자국 통화가 절하되면 수출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줄어든다.

    가계의 부가 수출 기업으로 이전되는 경로가 더 강화되는 셈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지난해 경상흑자는 9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막대하다.

    가계는 사상 첫 1%대 금리로 이자소득의 감소는 물론 전월세값 급등, 실질구매력 저하, 향후 금리 인상시 더욱 커질 부채 상환 리스크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 앉아야 한다.

    정책당국이 MB정부에서 지키지 못한 '낙수효과'의 선순환 고리를 이번에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사상 첫 1%대 금리실험의 정당성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 문제 등 가계의 임금 부분에 대해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계의 실질적인 소득을 확대할 수 있는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마련과 강력한 집행 의지를 통해 이번에는 긍정적 선순환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정책금융부 외환팀 기자)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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