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원 환율 800원대-④> 한·일 실물경제도 '희비쌍곡선'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국과 일본 경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저 훈풍을 타고 일본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기업 수익성도 개선된 반면 한국에서는 수출부진이 심화되고 기업 수익성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엔-원 재정환율이 개장 전부터 100엔당 900원선을 하회한 가운데 앞으로 엔저에 따른 충격이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 韓 수출 4개월째 마이너스 vs 日 7개월째 증가
일본 재무성은 22일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8.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부진에도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7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3월 무역수지는 2천293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6월 이후 33개월 만이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기대감이 확산된 가운데 아베 정부 들어 추진한 엔저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엔저에 따른 기업 실적개선 기대감까지 가세하면서 일본 닛케이지수도 지난 2000년 4월 이후 15년 만에 20,000선 위로 상승했다.
33개월만에 흑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지속성에 대한 의문에도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경제의 회복 신호탄이다.
한국의 수출은 국제유가 하락에 상대적인 원화 강세까지 겹쳐 3월에 마이너스(-) 4.3% 증가율을 기록했다. 조만간 발표될 4월 수출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4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한국의 수출은 4개월째 역성장이다. 특히 대일본 수출은 지난달 무려 마이너스 23%에 달하는 역성장을 나타냈다.
◇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도 일본 날고 한국 기고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이 전일 내놓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중일 상장기업의 실적분석 결과'를 보면 일본 기업은 매출증가율이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11.5%와 4.7%를 보였지만, 한국은 각각 -2.6%와 1.4%를 보였다.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에서도 일본은 2012년 5.8%, 2013년 6.8%, 2014년 7.2% 등으로 개선됐으나, 한국은 2012년 5.2%, 2013년 5.0%, 2014년 4.8% 등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서도 한국이 일본에 모두 뒤진 셈이다.
전경련은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엔저를 통한 가격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일본 기업의 성장성이 뚜렷하게 개선됐으나 한국은 일본기업과의 경쟁심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성장성이 부진해졌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수익성에서 일본이 한국을 따라잡은 것도 엔저 영향이 크다"며 "유가 하락과 엔저에 힘입어 일본기업이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개선시켰다"고 진단했다.
◇ 환율 영향에 수출 등 경기우려 확산
지난달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한 금통위원도 "2013년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수출단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환율 영향이 크다"며 "작년 4분기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과 대EU 수출이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크게 감소한 반면 일본의 실질수출은 양적완화 영향으로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수출기업들은 엔-원 환율이 100엔당 2014년 연평균 996원에서 올해 900원으로 10% 하락한다면 수출액은 평균 4.6%, 영업이익은 평균 3.7% 정도 감소할 것으로 대답했다.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이 높은 기계류, 석유화학, 선박 등이 엔-원에 민감할 것으로 봤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부진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이 성장방식을 내수중심으로 바꾼 데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중장기 원화 강세도 수출에 부정적이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는 체질개선을 소홀히 한 기업들이 환율 탓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엔고 시기에 국내 수출기업들이 고환율의 수혜를 누렸던 만큼 당시 여유가 있을 때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나섰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엔저를 우려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도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엔-원 환율보다 달러-원 환율이 수출에 더욱 밀접하다. 기업들도 정작 체질개선엔 등한하고 환율만 탓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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