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원, 금융위기 이후 첫 800원대…배경과 전망>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엔-원 재정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와 대규모 경상흑자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국내 펀더멘털이 부각된 결과다. 여기에다 국내 금리 추가 인하나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약화된 점도 엔-원의 하락을 이끌었다.
외환전문가들은 주요 지지선이 붕괴됨에 따라 달러-원 환율과 엔-원 재정환율도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소량이지만 순매도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당국의 방어 의지에 따라 레벨이 지켜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 자본유입·경상흑자 조합에 800원 진입
이날 엔-원은 100엔당 897.26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는 지난 2008년 2월 이후 7년2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원은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 일방적 하락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지난 2012년 6월 1,510원대에 있던 엔-원은 지난해 1,000원선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 900원도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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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이후 엔-원 재정환율 흐름, 자료: 연합인포맥스>
엔-원 900원 붕괴를 이끈 직접적인 요인은 외국인의 적극적 원화자산 매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월에만 4조6천억원 이상을 사들였다. 지난 3월에도 2조9천억원 가량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달 동안 7조5천억원 이상 순매수다.
여기에 지난 1분기 무역수지 흑자는 215억7천2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 52억달러의 네 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달러 약세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도 최근에는 오히려 달러 매도에 나서는 상황에서 수급 구도에 따른 달러화의 하락 압력이 불가피했다.
올해 1분기까지 달러화의 상승 재료로 작용했던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8%로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 등 추가 금리 인하와는 거래가 있는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두고 미국 의회에서 환율 조작 금지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당국 개입을 제약할 수 있는 대외 여건도 엔-원 하락 심리에 힘을 보탰다.
◇ 당국의 버티기…자본 유입 지속이 관건
딜러들은 엔-원이 주요 지지선인 900원선을 하향 이탈한 만큼 당분간 하락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이 꾸준한 스무딩으로 하락속도를 조절하고 있으나 엔-원 900원과 달러화 1,070원이 뚫리면서 하락 추세가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A시중은행 딜러는 "달러화 연저점 및 엔-원 900원선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수출업체들의 손절매성 달러 매도가 꾸준하게 유입되고 있다"며 "추가 하락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소규모긴 하지만 순매도하는 등 자본유입 흐름이 완화되면 달러화 및 엔-원의 추가 하락이 쉽지 않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당국도 공격적으로 달러화를 끌어올리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개입을 거두어들이지 않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B시중은행 딜러는 "당국이 모처럼 시가에서부터 개입에 나서 달러화 1,070원대를 지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적어도 이날은 당국이 1,070원대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증시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이날은 중립적인 수준으로 완화됐다"며 "시장의 포지션도 롱보다는 숏으로 구축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시중은행 딜러도 "당국의 스무딩으로 경계심이 강화된 만큼 이날은 달러화의 추가 하락 시도가 제한될 것"이라며 "달러화 및 엔-원 지지선 하향 이탈로 추가 하락 기대가 팽배하지만, 오히려 반등위험도 커지는 국면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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