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버티기' 일관…개입 패러다임 변했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외환당국이 엔-원 재정환율 900원선 붕괴와 달러-원 연저점 하향 이탈에도 수동적인 방어에만 치중하면서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9일 미국의 환율보고서 등 대외 압박이 커지면서 당국의 개입도 특정 레벨을 틀어막기보다 하락 속도를 줄이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달러화의 하락이 숏베팅보다는 외국인 주식자금 등 실물량에 기인하는 만큼 개입의 실효성 측면에서 당국이 수세적으로 나오는 것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당국, 연저점·엔-원 900원 붕괴에도 방어만
달러화는 전일 1,069원선까지 내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엔-원 재정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엔당 900원선이 붕괴됐다.
외환시장에서 추가적인 원화 강세에 대한 시장의 심리 쏠림이 강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당국은 방어적인 개입 패턴을 유지했다.
당국은 개장과 동시에 달러화를 1,070원대로 올린 이후에는 스무딩에만 집중했다. 전일 달러화의 고점은 장초반 기록했던 1,072원이다.
개입 물량이 적지도 않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일 당국의 10억달러 내외의 달러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일 환시 전체 거래량이 7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물량이다.
당국이 대규모 물량을 투입하면서도 레벨을 끌어올리기보다는 1,070원선 부근에서 달러 매도를 받아내는 스무딩에만 집중했던 셈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환시 개입 자제 압박이 당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A외국계은행 딜러는 "당국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오지는 못한다는 느낌이 확연하다"며 "미국의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딜러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관련 미국 의회에서 환율조작 방지 요구가 꾸준하다"며 "대외 여건이 적잖이 당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대규모 경상흑자로 주요 무역 상대국의 원화 절상에 대한 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환율보고서 및 재무장관 면담을 통해 외환시장 개입자제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대외환경을 감안할 때 당분간 당국은 원화의 급변동을 평탄화하기 위한 미세조정 정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울 것 없는 스무딩…현실적 한계 지적도
당국의 이런 개입 패턴이 전혀 예상치 못한 움직임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엔-원 900원선뿐만 아니라 최근 당국이 글로벌 달러의 흐름 등 대외여건과 괴리될 정도로 개입한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당국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1,050원선을 인위적으로 방어하지 않았다. 당시 내부적으로 특정 레벨에 집착하면 오히려 시장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후에도 대규모 매수개입을 통해 달러화 하락 속도를 제어했지만, 그렇다고 달러화의 방향성을 돌려놓는 무리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개입 패러다임이 원화가 글로벌 통화의 움직임과 동조하는 차원에 머물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이미 전환됐을 수 있는 셈이다.
당국자의 외환시장에 대한 발언에서도 개입패턴 변화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송인창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전일 엔-원 900원선이 붕괴되자 "쏠림현상이나 시장의 급변동이 발생할 경우 스무딩에 나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엔-원 재정환율 특정 수준을 가지고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효성 차원에서도 당국이 공격적인 개입을 할 시점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달러화 및 엔-원의 하락이 역내외 시장참가자들의 숏베팅보다는 외국인 주식자금과 네고 등 실수요에 기반한 만큼 개입이 고점매도 기회 이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외국계은행 딜러는 "숏포지션이 없는 상태에서는 개입에 이은 숏커버로 달러화가 추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기 어렵다"며 "방어적인 개입으로 포지션을 흡수하면서 달러화 상승을 자극할 이벤트를 기다리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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