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안 보인다…소통도 뜸해져>
(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당국이 예전 같지 않다."
서울외환시장에서 활동하는 딜러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최근 외환당국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등을 의식한 탓인지 스무딩오퍼레이션만 나서는 등 분명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가 의심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딜러들은 엔-원 재정환율 900원 붕괴 등에 대한 당국의 대응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딜러들은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고 시장에 확실한 신호도 주지도 못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가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당국과 외환시장의 소통도 예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외환 당국은 시장 관리에만 치중할 뿐 정책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12일 "당국의 스무딩 스타일이 바뀐 것 같다. 예전처럼 억지스럽게 특정 환율 수준을 고집하는 모습은 덜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당국에 대한 믿음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무딩이 나오겠다 하는 예상이 전보다 잘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통상 과도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에도 외환 당국의 정책 기조 등을 참고해서 큰 그림을 그린다. 시장은 당국과 이해를 달리하면서도 카운터파트라는 점을 존중하고 당국의 패턴 등을 감안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시장과 당국이 서로의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두고 움직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06년에 취임한 허경욱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추세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한국경제의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외환시장 개입론을 주장했다. 개입을 최대한 억제해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을 제대로 담아내게 하겠다는 분명한 철학을 드러냈고 시장도 이에 따른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당시 달러-원 환율은 900원에서 970원의 박스권을 안정적으로 오르내렸고 우리나라 경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5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달러-원 차트>
2008년에는 정반대의 환율정책이 펼쳐졌다.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과 최중경 제1차관은 이른바 '최강 라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미국 달러화에 대해 원화 절하를 주도했다. 이른바 최강 라인의 고환율 정책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때 1,600원 육박하는 고환율에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겹치는 바람에 가계가 극심한 물가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출을 위해 고환율 정책이 불가피했다는 진단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소니를 추월한 삼성전자와 도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당시 고환율정책에 도움을 받았다.

<2008년 이후 달러-원 일봉차트>
서울환시 딜러들은 최근 외환 당국이 과거에 비해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환율이 급등락할 때는 당국도 구두개입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야 하는데, 무엇 때문인지 지금은 무조건 자제하는 모습"이라며 "이렇다 보니 당국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딜러들은 기재부가 세종시로 이전해 당국과 소통의 장이 부족해진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과거에는 긴급하게 시장 의견을 수렴할 일이 있으면 당국이 과천청사에서 의견을 듣고 시장참가자들과 소통을 했지만, 세종시 이전 이후에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 이전 후 회의가 있으면 딜러들이 시간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오가는데만 반나절이나 걸리다 보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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