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지난해 디플레이션 논쟁을 벌였던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번에는 수출 부진과 해법을 놓고 격돌했다.
KDI는 올해 수출 부진 심화로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은은 21일 수출이 부진한 것은 맞지만, KDI의 전망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열 총재는 수출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금리나 환율보다는 구조적인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KDI, 수출 0.4% 성장 그칠 것…한은 2.9%
KDI는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KDI가 전일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0%이지만 이는 1~2차례 기준금리 인하, 구조개혁 정책의 성공적 진행, 예정된 예산집행 등을 가정한 수치다.
사실상 2%대의 부정적인 성장 전망을 한 근거는 수출 부진이다. KDI는 올해 상품수출이 0.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은의 전망치인 2.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KDI는 "우리 경제는 내수가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하겠으나 수출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출입 전망을 담당한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수출 부진 이유로 예상보다 나쁜 세계경제와 장기간 지속된 엔-원 및 유로-원 환율 하락에 따른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악화 등을 꼽았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의 성장률 등이 예상보다 좋지 않고, 세계 교역량도 지난해보다 떨어졌다"며 "2012년 중순부터 엔-원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을 추격하고 있는데다, 우리 수출은 중국의 소비보다 투자와 상관관계가 큰데 성장전략을 소비 위주로 바꿨다"며 "중국 내부의 구조적 변화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진한 1분기 수출 지표 등으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본 것 같다"며 "하지만, 지난해 3~4분기부터 수출이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율이 나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수출이 예상보다 다소 부진하긴 하지만, 하반기에 세계경제가 예상외로 급냉되지 않는다면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우리 수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선방하는 중이고, 순수출은 양호한 만큼 성장률 자체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DI "금리 내려 대응"…한은 "구조적 문제 중요"
KDI는 수출 부진 대응책으로 1~2차례의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금리 인하로 환율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 연구원원은 "세계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은 도리가 없고,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은 원론적 차원이 이야기"라며 "금리 인하로 환율을 지지하면 수출 경쟁력은 물가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에 바로 개입하는 것은 효과도 지속적이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며 "수출 부진만으로 금리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물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하지만 수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지만, 이에 금리 인하로 곧바로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수출 부진은 환율, 경기순환적 요인, 구조적 요인 등이 복합적이지만 경기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며 "환율에 금리로 곧바로 대응한다고 말씀드릴 수 없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도 "향후 경기 흐름이 전망치를 벗어난다면 다른 상황이겠지만, 전망 경로를 유지한다면 빠른 속도로 느는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금리의 추가 조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