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보유고 나홀로 '꿋꿋'…'징비록 운용' 돋보여>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국의 외환당국이 외환 위기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딴 주머니로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등 징비록 성격의 기법을 선보여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발 금융쇼크 등으로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탓에 한국의 외환보유고 운용은 더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상당수 아시아 신흥국들은 외화자금 이탈과 통화가치 하락을 막고자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위기를 막는 최후의 방어막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당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발 금융불안에도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른 신흥국과 펀더멘탈 측면에서 차별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잇단 자금이탈로 신흥국 외화보유액 관심 급증
31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7월말 현재 3조6천500억달러로, 역대 최대규모였던 지난해 6월에 비해 3천419억달러 감소했다.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약 3천억달러의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이들 중 상당 부분이 단기투기성 자금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가 미국의 국채에 대한 수요감소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수급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액 감소는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말레이시아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말 현재 967억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6월말의 1천55억달러, 작년 7월말의 1천318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자금이탈과 링깃화 가치하락을 막으려고 외환시장 개입을 지속한 결과로 풀이된다.
태국의 외환보유액도 지난 2011년 4월의 1천899억달러를 정점으로 올해 6월말 현재 1천602억달러로 줄었고,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도 2011년 8월의 1천246억달러에서 올해 6월에는 1천80억달러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대외채무 등을 감안할 때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위험수위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하지만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외환보유액이 급감할 경우 과거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해외 투기자본의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도 외환보유액 '트라우마'…최근 신흥국 대비 양호
한국이 외환보유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표적인 경우다. 과거 외환보유액 감소로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라는 외환위기를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기금과 맺었던 기존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외환보유액 2천억달러 수준을 고수하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결과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차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한 것과 달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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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외환보유액은 7월말 기준으로 3천708억2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6월말에 비해서는 39억3천만달러 감소한 데 그쳤다. 외화자금시장에 공급한 달러자금과 외국환은행에 대한 외화대출 금액까지 합치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공식집계인 3천700억달러보다 700억달러나 많은 4천400억달러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2015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책자료에서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며 "외환보유액이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추지만, 외환보유액의 보유에 따른 한계편익이 한계비용과 같아지는 수준까지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융위기에 선제대응을 위해 보유액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합인포맥스 특별대담에서 "투기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으려면 외환보유액을 1조달러로 늘려야 한다"며 "약 3천7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가용한 외환보유액은 수백억달러에 그친다"고 말했다.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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