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 하고 현금 쌓는 유럽 기업…ECB 양적완화 한계 직면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초저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환경 개선에도 유럽 기업들의 투자에 좀처럼 나서지 않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유럽 기업들의 현금 보유 규모는 1조1천억달러(약 1천324조원)로 2008년보다 40% 급증했다.
정책 당국자들은 기업의 투자 부진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막는 주요 장애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앤디 홀데인 영란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성장이 저조한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충분하게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FT는 "ECB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대출을 촉진해 기업투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며 "기업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낮은 성장률이 기업투자를 약화시키고 이는 다시 생산성 및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초저금리 정책에도 실물경제 회복에 중요한 기업 투자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양적완화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것을 중앙은행이 알고 있었겠지만, 이 정도로 길어질지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물투자보다 금융투자를 지나치게 중시돼왔다는 점과 부채가 많을 때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 속성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ECB는 유럽의 성장률 저하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지난 3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ECB의 자산매입 계획은 유연하다"며 "매입 규모와 자산 구성, 프로그램 지속 기간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ECB의 추가 양적완화가 향후 기업 투자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 2억유로 규모의 풍력터빈 투자를 발표한 지멘스의 랄프 토마스 CFO는 "투자는 저금리보다 경제성장률 전망, 예상 수익, 기술적 장벽 등에 좌우된다"며 "단순히 향후 수년간 금리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투자를 늘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FT는 이 같은 점을 볼 때 금리인하와 같은 중앙은행의 정책이 기업 투자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논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FT는 "미국의 양적완화로 주식시장은 상승했지만 미국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거나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보다 싼 부채를 일으켜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저금리에도 실제 자본비용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 기업 투자가 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컨티넨탈의 울프강 셰퍼 CFO는 "지난 3~4년간 (금융시장 불안정성으로) 주식리스크프리미엄(ERP)이 상승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올랐다"고 말했다.
WACC란 부채와 우선주, 보통주 등 유형별로 자금을 조달할 때 쓰이는 비용을 각각의 비중별로 곱해서 산정한 '평균 비용'으로, 회사가 투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쓰인다.
맥킨지 글로벌의 리처드 돕스 디렉터는 "금리가 낮지만 임원들은 실제 자본비용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며 "양적완화에도 투자가 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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