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정책 급선회…서울환시 '달러 매수' 실종>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미국 통화정책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대 달러화를 매수한 투자자들이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12일 서울환시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때 전일보다 13.70원 낮은 1,144.00원까지 떨어졌다. 달러화가 지난 9월 30일 장중 1,197.00원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10월 들어 7거래일 만에 무려 53.00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의 하락속도가 가팔라진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으로 미국 달러화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내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요 인사들이 꼬리를 내린 데다 지난 9월 FOMC 의사록도 '비둘기파'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FOMC 의사록은 지난달 금리동결의 이유로 낮은 인플레이션과 중국 등 해외 성장률 둔화를 꼽았다. 더욱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며 매파적인 견해를 보였던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도 지난 주말 페루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은 예상일 뿐 약속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댄 달러화 매수세가 흔들리고 있다.
외국계은행 한 딜러는 "9월 FOMC 의사록이 비둘기파로 나온 데다 FOMC 주요 인사들도 연내 금리 인상에서 발을 빼고 있다"며 "최근 몇 주 사이에 도비시한 발언이 쏟아지면서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이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달러화 상승을 주도했던 모습과는 달리 최근에는 달러화를 매수하려는 역외세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달러-원 환율이 급하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개월 동안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대어 미국 달러에 대해 롱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들도 급히 달러화를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원 환율 하락이 글로벌 달러 약세의 연장선에서 이뤄지고 있어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원 환율 낙폭이 커지면서 외환당국도 스무딩에 나서는 것 같다"며 "그러나 10월 들어 나타난 달러-원 하락은 상품통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강세와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국내 외환당국이 1,160원대나 1,150원에 대한 방어의지가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역외세력이 달러화 매도로 돌아선 상황에서는 달러화 하락 속도는 당국의 스무딩 강도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이 당연시됐던 상황에서 관련된 포지션을 정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환율이 급하게 떨어져 포지션을 정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며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 조정폭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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